최연희 의원 사건... 되풀이 되는 남성의원 술자리 추태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해 물의를 일으킨 최연희(61)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사건을 계기로 반여성·반인권 범죄를 저지른 의원들을 중징계할 수 있도록 국회법과 관련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7개 여성단체는 3월 2일 발표한 성명에서 “국회법 ‘윤리심사 및 징계’ 중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등 인권관련 범죄, 기타 사회 윤리적 규범에 부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경우’를 징계 사유에 포함해야 한다”며 “윤리위와 윤리위 민간자문위원회에 여성의 참여를 30% 이상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3월 2일 현재 최 전 총장은 남성 의원 15명으로 구성된 국회 윤리특별위(위원장 김원웅, 윤리위)에 윤리심사건으로 제소된 상태다.

김원웅 위원장은 “현 규정으로는 (최 의원에 대해) 경고도 안 되고 공개사과 요구나 출석 요구는 물론 제명도 안 된다”며 “여야가 겉으로는 제명하라고 하면서도 윤리위에 낸 제소안은 제명과는 거리가 먼 윤리심사만 해달라는 가벼운 안건”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단체들의 요구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달 안에 민간인 9명으로 구성된 윤리위 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라며 “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여성들을 참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윤리위 활동과 관련해 국회법 개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규정으로는 큰 잘못을 저지른 의원을 제명하려면 징계심사에 회부해야 하지만 11개 징계사유에 성추행·성폭행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최 의원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의원직 박탈은 불가능하다.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공동대표는 “국회 자정능력의 상징인 국회 윤리위가 결정적인 한계를 보이는 만큼 국민이 직접 문제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국민소환제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며 “최연희 의원에게 이 국민소환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성·시민사회단체들 뿐 아니라 언론계, 음식업계에서도 최 전 총장의 의원직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7개 여성 단체장들은 2월 28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최연희 의원의 의원직 제명, 당내 성폭력 예방 및 윤리교육 실시 등 재발방지책 마련, 성폭력방지법 개정 및 정책 마련 활동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표는 “나도 성문제로 패러디 피해를 입은 당사자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이 정신을 바짝 차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른 시일 안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편집국 기자들은 3월 1일 발표한 성명에서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며 “최 의원이 당직을 사퇴하고 탈당했지만 이는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왜곡된 성 윤리의식을 깨닫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는 실질적인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 한국여기자협회(회장 홍은주) 등도 2월 27일 각각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 최연희 전 사무총장에게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최연희 전 사무총장이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했다”고 해명한 것과 관련해 (사)한국음식업중앙회(회장 고인식)는 2월 28일 성명을 내고 “최 의원의 해명이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다”며 “지금 당장 전국 60만 업주와 300만 음식업 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고 국회의원직 등 모든 공직에서 지체없이 물러나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한편 윤리위에 최 전 총장을 제소한 의원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열린우리당 윤원호, 이미경, 김희선, 조배숙, 한명숙, 강혜숙, 김명자, 김선미, 김영주, 김현미, 박영선, 서혜석, 유승희, 이경숙, 장복심, 장향숙, 홍미영, 정청래, 이광철, 김부겸, 구논회 의원과 민주당 손봉숙 의원, 민주노동당 심상정, 노회찬, 현애자 의원, 한나라당 주호영, 김재경, 김충환, 이인기, 서병수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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