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보육중장기계획안 논란

여성가족부(장관 장하진, 이하 여가부)가 2월 16일 발표한 2006∼2010년 5개년 보육중장기 계획안인 ‘새싹 플랜’이 시작단계부터 역풍을 맞고 있다.

공보육 강화와 출산율 제고란 목적을 지닌 새싹플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크게 3가지다. 기본보조금 제도(아동별 지원제도), 보육료 규제를 받지 않는 예외시설 허용 검토, 가정보육교사 제도 등이 그것이다.

기본보조금제도는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어린이에게 균등한 보육기회와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모 보육료와 표준보육비용과의 차액을 정부가 부담하는 제도다. 91년 처음 산정된 표준보육비용은 인건비, 운영비, 급식비 등으로 구성되고 국공립시설 보육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기존에 국공립 및 법인보육시설에만 교사 인건비를 지원해왔으나 올해부터 기본보조금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전체 보육 어린이의 70%가 이용하는 민간보육시설에도 아동의 연령대에 따라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에 대한 여성단체 및 보육관련 단체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국공립 보육시설이 4.5%에 불과한 현재 구조에서 기본보조금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공보육이 실현된다고 볼 수 없다”며 “기본보조금제도는 현재의 민간 위주로 돼 있는 보육시설 구조를 고착화시켜 보육이 공공화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향후 5년간 기본보조금으로 사용될 예산은 5조5000억 원으로 전체 저출산대책 재원의 3분의 1이 넘는다”며 “그만큼의 재정이 민간보육시설로 흘러 들어가 보육의 질, 보육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온전히 소요될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최창한 한국보육시설연합회 회장도 “아동별 지원보다는 영아반별 지원으로 시설운영의 안정을 확보한 뒤 지원형태를 변경하는 것이 영아보육을 권장하는 정부시책이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반대했다.

김명선 전국보육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아동 수에 따라 지원금의 액수가 달라지는 기본보조금제도로는 보육노동자의 안정적 임금보장이 어렵다”며 “실제 보육현장에서는 취학 등으로 아이들이 빠지는 1, 2월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해 보육교사를 해고하거나 임금을 깎는 일마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새싹플랜에는 ‘유아에 대한 기본보조금 도입과 함께 가격규제 예외 시설 일부 허용검토’란 항목이 포함돼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보육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 가격 규제를 받지 않는 시설의 허용은 보육이 공적 서비스임을 포기함과 동시에 보육을 시장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도 반대 여론이 강하다. 2월 2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과 유승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보육료 자율화는 보육의 공공성 강화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김희정 의원은 장하진 장관에게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여가부의 입장이 보육료 자율화 반대라고 밝혔으면서 불과 4개월 만에 보육정책을 바꿀 수 있느냐”며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대해 장 장관은 “보육료 규제 예외 시설 허용은 현재 육아정책개발센터에 검토를 의뢰한 상태”라며 “보육료 자율화란 개념과 다른 정책”이라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여가부 관계자들은 “결국 보육료 자율화로 가는 수순이 아니냐”는 질문에 쉽게 부정하지 못했다.

보육교사 자격 소지자가 자신의 집에서 3명 이내의 아이를 돌보는 제도인 가정보육교사제 도입에 대해서도 한국보육시설연합회를 비롯한 대다수 보육관련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현재 등록된 보육시설조차 관리감독을 못하고 있는 정부가 가정 안에서 이뤄지는 보육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명선 위원장은 “중장기 보육정책 기획안이 실망스럽다”며 “보육정책의 기본 방향은 장기적 계획 아래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기반 마련과 건강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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