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추행 살해 막을 수 있었다
본지 등 성폭력 공소시효철폐 지속 주장
여성가족부 아동범죄 대책 뒤늦게 반영

또 어린 생명이 무참하게 희생됐다. 2월 17일 열한 살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가 50대 남성에 의해 성추행 뒤 살해당한 것. 이번 사건은 여성·인권단체들이 기존에 요구해온 성폭행사건의 공소시효 철폐, 가해자처벌 강화 요구 등을 미리 법제화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

더욱이 범인이 지난해 7월 유아 성추행 사건으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에서 이번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주고 있다.

본지는 1월 28일자(864호)에서 언론계 최초로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성폭력범죄 공소시효를 없애자”고 주장한 바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식이 되긴 했지만 본지의 주장은 여성가족부가 2월 23일 밝힌 아동성범죄대책 중 ‘13세 미만 어린이 성범죄의 고소기간과 공소시효 철폐’란 내용으로 대폭 반영됐다.

다섯 살 된 딸을 키우는 주부 김원희(35)씨는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며 “사회 안전망이 잘 갖춰진 나라로 이민을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회사원 이성수(38)씨도 “사건을 뉴스로 접한 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가 잘 있냐고 전화를 걸고 있다”며 “인권 논란에서 벗어나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정치권은 뒤늦게 대책을 내놓으며 성범죄 재범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상습적인 성매매나 야간 주거침입, 강·절도, 폭주족, 청소년 성폭행범 등에 대해 3∼6개월간 오후 10시∼다음날 새벽 6시 외출을 제한하는 안을 발표했다. 일선 법원들도 성폭행범에 대해 구속수사 원칙을 견지할 방침임을 밝히는 등 기준들을 마련했다.

현재 국회에는 성폭력방지 관련법안 10개가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 가운데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법안은 지난해 4월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팔찌법’(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안)이다.

전자팔찌법은 성범죄자 중 재범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전자팔찌를 채워 감시를 강화하고 범죄 발생을 막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전자팔찌법안을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같은 당의 진수희 의원은 전자팔찌법안을 4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자며 본회의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이밖에도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확대와 금족령 확대, 형량 강화, 교정교육, 화학적 거세 등의 다양한 대책들이 이미 추진되고 있거나 논의 중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차분한 자세로 균형 잡힌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성범죄의 친고죄 폐지, 사법부의 양형 개선, 수사를 하면서 겪게 되는 제2의 피해방지책 마련 등 현행법 체계 아래서도 가능한 문제부터 단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