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칼럼은 여성신문이 제정한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상’(미지상) 수상자들의 기고문이다. 이번 순서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수용체 연구를 통해 유방암, 전립선암 등 난치병 치료를 선도하는 여성과학자 이미옥 교수다.

여성신문이 올해 초 수여한 제4회 미지상을 내가 수상한 것은 어려운 과학기술계에서 좌절과 도전을 거듭하며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많은 여성과학자를 대신한 것이라 생각한다.

과학기술계 첫 수상자라는 행운을 누리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하며 동시에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또 과학기술계에서 미지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이 분야에 여성의 참여를 촉구하는 여론과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성차별, 편견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역할에 대한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

외국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퀴리 부인을 포함하여 10여 명의 여성 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함으로써 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여성의 재능을 증명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과학과 기술이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으며 여성의 과학 활동 및 참여는 많은 제한을 받아왔다.

따라서 소수의 여성 과학자만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활동해야만 했으며 탁월한 능력과 연구 성과가 있었음에도 그 업적이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90년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여성인력의 과학기술계 참여가 사회적으로 요구되었고, 과학기술계의 성적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현재 국공립기관에서는 채용목표제가 시행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 여성 과학자 양성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과 재능 있는 여성 과학도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재 과학기술계에 입문하는 여학생 수는 증가하는 반면 실제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여성 과학기술인은 소수이다. 이는 여성 과학자가 사회 진출 및 경력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직도 제도적인 배려가 취약함을 말해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급격한 노령화 사회 및 고용 인력의 감소에 대비하기 위하여 여성인력의 사회 진출은 필수적이다. 더구나 우리가 맞고 있는 생명공학시대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여성의 역할과 참여는 더욱 강조되어야 하며 이는 생명윤리 및 생명공학기술의 올바른 적용에 대한 여성적인 시각의 판단과 소질이 더욱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성인력이 과학기술이라는 전문 분야에서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것은 여성인력의 사회 참여가 출산·육아 및 자녀교육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정한 평가에 의한 채용과 승진 제도, 여성과학자 리더십 배양을 위한 프로그램과 네트워킹 등 다양한 정책이 정부와 과학기술계 및 사회 전반의 이해와 지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산적한 과제의 해결에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어 우수한 여성 후배 과학자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역량을 쌓고자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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