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간다’ 공간이동의 비밀
‘어디든 간다’ 공간이동의 비밀
  • 이종호 / 과학국가박사·과학저술가 mstery123@korea.com
  • 승인 2006.02.17 13:48
  • 수정 2006-02-17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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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랙

SF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는 ‘공간이동’이다.

공간이동은 일반적으로 ‘스타트랙’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알려졌는데 사람을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긴 장치로 들어가게 한 뒤 스위치만 눌러주면 순식간에 사라져 전혀 다른 장소에서 모습을 나타낸다. 인간만이 아니라 고래와 같은 대형 동물도 공간이동이 가능하다.

이후 수많은 SF영화에서 다반사로 나타나는데 공간이동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공전의 흥행작 도리야마 아키라 원작의 만화영화 ‘드래곤볼’에서는 악을 퇴치하기 위해 주인공인 손오공, 손오반, 베지터 등이 우주의 어떤 공간이라도 한순간에 이동한다. 공간이동을 하는 데는 기계장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기’를 이용하므로 너무나 간단하다. 딘 패리섯 감독의 ‘갤럭시 퀘스트’는 ‘스타트랙’을 철저하게 패러디한 코미디로서 ‘갤럭시 퀘스트’의 퇴물 출연배우들에게 어느 날 우주인들이 찾아오는데 코미디 영화답게 등장인물들의 공간이동방식도 매우 독특하다. 우주선을 타는 것도 아니고 물질을 해체해 전송하는 방식도 아니고 그저 어떤 액체에 둘러싸여 우주공간을 날아갈 뿐이다.

그러나 공간이동의 전형이라고 간주되는 ‘스타트랙’의 공간이동은 과학적인 지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 제작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고안된 장치이다. 시나리오 작가 진 로든베리에 의해 탄생된 ‘스타트랙’은 새로운 문명을 찾아 먼 우주를 탐험하는 인간들의 모험을 다룬 SF물이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이 이기심과 질투 때문에 화합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 작가는 전 우주적인 화합과 공존의 미덕을 호소한다. 이 작품이 30여 년 동안 영화와 텔레비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온 가장 큰 비결은 작가의 고집 때문이다.

진 로든베리는 시나리오를 작성하면서 SF영화일지라도 과학이 뒷받침되지 않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거부했다. 그는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현상을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전개했다. 우주선의 속도도 과학이 허용하는 틀 안에서 달려야 하므로 다른 SF영화들과 같이 초광속 여행을 채택하지 않고 과학자들과 상의하여 초광속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웜홀 방식을 구상했다.

그러나 ‘스타트랙’이 점점 인기를 끌면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를 행성에 착륙시키는 장면을 찍을 때 에피소드마다 엄청난 예산이 드는 것이 문제였다. 제작자들은 진 로든베리에게 매번 우주선이 착륙하지 않아도 가능한 착륙 방법을 의뢰했다. 여기에서 진 로든베리의 천재성이 발휘된다. 그는 과학자들의 조언을 거쳐 우주선을 착륙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비롯한 소형 우주선들을 목적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트랜스포터 빔(운반광선)’을 고안했다. 그의 원래 구상은 본래의 물체를 주사(走査)하여 모든 정보를 추출한 뒤 이 정보를 수신 장소로 전송하여 복제물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공간이동이 제작비 절감을 위해 고안된 아이디어인데도 불구하고 SF영화의 대표적인 기술이 되었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는 영화인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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