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라는 표어가 여기저기 붙어 있던 시절에 아이를 낳았다. 그 시절에는 가족계획 교육 덕분에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당연히 비애국적인 행태고 야만적이라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였고 셋째 아이부터는 의료보험도 해 주지 않았다. 나도 국가시책에 부응하느라(?) 아이는 딱 하나만 낳았다. 그런데 20여 년 지난 지금에 와서 나라에서는 여성들에게 아이를 많이 나으라고 종주먹을 댄다. 이제는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애국이란다.

아마도 요즘 여성이슈로 가장 뜨는 것이 저출산 극복과 보육일 것이다. 이에 발 맞추어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정부에서도 보육에 관한 다양한 정책과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는 정부가 출산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보육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인식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오로지 여성의 책임이거나 조금 더 넓히면 가족의 범주에서만 생각했었다. 즉 ‘너희들 좋아서 아이 만들고 낳는 것이니 알아서 잘 키우라’는 식이었다. 일을 가진 엄마들은 죄인이었다. 자기들 좋아서 아이 낳고 키우는데 혹여 직장에 누가 될까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아이들을 키웠다.

사회에, 국가에 지원해 달라는 생각은 해볼 수도 없던 처지에서 이제는 아이 낳는 것이 사회적 공헌이고 떳떳하게 보육 지원 해달라고 하는 것만 해도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요즘 진행되는 저출산에서 헤어나기 위한 논의들을 보면 이 사람들이 정말 문제의 핵심을 짚고 있나 싶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장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보육문제가 큰 원인이기도 하지만, 심하게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라는 고민, 아이 낳기보다는 우리끼리 재미있게 살자는 젊은 세대들의 개인주의, 꼭 우리 핏줄의 아이여야 하는가라는 엷어진 혈연의식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아이를 낳는 당사자인 여성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잘 키우는 것이 꼭 최고의 행복은 아니라는 인식 변화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보기보다는 저출산에 대한 논의들은 대개 왜 여성들이 아이를 안 낳는가,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아이를 낳게 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여전히 여성들은 아이 낳는 도구로 전락해 있는 셈이다.

지난달 열린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 연석회의’에서도 저출산을 사회적 난관으로 규정하고 극복하자는 의지 표현에다 여성들은 사회적 기여심이 부족하다는 평가, 심지어는 주례 설 때 아이 안 낳는다면 결혼을 무효화 시키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거기다 정부의 정책을 보면 그동안 계속 논의되어 왔던 공보육의 확산보다는 개인적 보육료 지원으로 선을 정하고 있는 듯 싶다.

세계적으로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데 꼭 우리 민족의 아이들을 늘려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이제까지는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인력이 부족해진다고 하니 여성들에게 아이 낳지 않는다고 채근하는 정부의 정책이 과연 저출산을 잡을 수 있을까 싶다. 그보다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여성만의 부담이 아닌 사회가 같이 짊어진다는 것을 구체적이고 본격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닌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와 함께 어린 시절의 보육만이 아닌 후세대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미봉책으로는 일전에 사이버상에서 논란이 됐던 ‘월수 500만 원이지만 아이 안 낳겠다’는 젊은 부부들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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