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초등학교부터 ‘마담 퀴리’ 꿈 키우려면(중)

여학생들은 흔히 과학 관련 실험·실습에 약하다고 한다. 실제로 실험 현장의 여학생들에게 이런 인식이 적용될까.

전문가들은 여학생들이 실험 참여에 적극적이며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다고 평한다. 이들은 또 개인의 능력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남녀 성 차는 무의미한 경향이 있다며 성 인지적 커리큘럼을 마련해야겠지만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실험·실습 개발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1월 17일 오후 인천대 이공관 3층 실험실에서 만난 과학영재교육원(원장 최원, 98년 설립)의 중등 기초생물반(중 1, 2년) 소속 학생들은 생물학 전공자들처럼 ‘계대배양’(증식된 세포의 일부를 떼어내 새로운 배양접시에 옮겨 배양하는 일) ‘셀카운트’(세포 수 측정) 등의 전문용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했다.

이날 16명의 학생(여학생 8명)은 4명씩 4개 조로 나뉘어 이우윤 생물학과 교수의 지도로 계대배양과 세포 수 측정 실험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어느 여학생은 알코올 램프에 불 붙이는 것을 잠시 주저하기도 하고, ‘코니칼 컬처 튜브’(원심분리기용 시험관)를 알코올 램프로 소독하다 태우기도 했지만 시종 진지하면서도 즐거운 분위기였다.

강명미(청량중1)양은 “학교에선 과학 수업을 노트 정리 위주로 한다”며 “쥐 해부 실습 등 직접 해볼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강양은 “쥐의 장기를 그려보는 숙제를 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놨다”며 쥐 해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우윤 교수는 “잠재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실험실습 위주의 교재 개발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여학생들도 자신의 의사를 적극 표현하며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이 과학영재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수업의 만족도가 높고 진로를 과학 분야로 택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대 과학영재교육원의 2004년 수료생 90여 명 가운데 50여 명이 한국과학영재학교·인천과학고등에 진학했다. 2004년 교육원 자체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다양한 경험(5점 만점 중 3.98점)을 할 수 있고, 과학·수학의 지식(3.85)과 흥미(3.78)가 높아졌다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반면 여학생들의 경우 선호도 과목이 생물, 화학, 지구과학에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교육원이 98∼2003년까지 중등 기초 과정 합격생 분포를 조사한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남녀 학생 비율은 6대 4였다. 그러나 생물반의 여학생 비율이 61%, 화학 44.1%, 지구과학 41.7%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였으나 정보과학(29.7%), 물리(29.5%), 수학(26.5%) 분야는 낮게 나타났다.

이정훈 운영국장은 “여학생이 과목별로 편중되는 경향은 있지만 과학캠프와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여학생 조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거나 논리적인 발표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여학생들은 인내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며,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고 있어 현대과학의 추세인 팀 연구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과학영재교육원은

 초·중등 과학 ‘신동’ 발굴 육성

실험·실습 위주의 교육을 진행하는 과학영재교육원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등 과학영재 육성을 위해 98년 처음 설치됐으며, 현재 전국 25개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연간 100시간 내외의 교육을 하고 있고, 지금까지 1만7660여 명이 수료했다. 2005학년도에는 4961명이 교육 혜택을 받고 있고 이 중 여학생은 1384명이다.

선발방법은 추천, 지필고사, 면접의 3단계를 거쳐 1년차(기초), 2년차(심화), 3년차(사사) 등 단계별 교육으로 진행된다. 교육과목은 초등학생의 경우 수학·과학·정보, 중학생은 수학·물리·화학·생물·지구·정보 등이다.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2∼2005년 과학영재교육원 수료생 3498명 중 977명(28%)이 과학고등학교(과학영재학교 포함)에 진학했으며, 특히 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입학생의 65% 이상이 과학영재교육원 출신으로 과학영재 연계교육 체제가 정착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또 올해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후 과학영재들을 위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전임교수의 심화교육 ‘과학신동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어서 과학영재교육원, 과학영재학교·과학고, 대통령과학장학생, 이공계 국가장학생 등 전 단계에서 과학인재 육성체계가 구축됐다. 미국은 88년 과학영재 교육이 본격 시행됐으며, 다양한 유형의 학교가 설립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중국은 13개 중점 대학에서 ‘대학 소년반’을 운영 중이며, 78년부터 초·중학교 과정의 실험학교에서 영재학급을 상설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엘리트 위주 정책을 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생 상위 1%를 대상으로 영재학급을 운영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전국 상위 3%를 대상으로 고등학교 수준의 영재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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