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물꼬’의 체험학습 현장
도심에서 벗어나 체험학습 활동을 통해 자연 속에서 활력을 얻는 아이들이 있다.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 대안학교 ‘물꼬’가 1월 2∼16일 개최한 겨울 계절학기엔 40여 명의 초등학생이 참가했다. 장작을 직접 패거나, 떡볶이 등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나무로 탑을 쌓고 곤충을 만드는 등 도시에서 체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놀이문화에 빠져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껏맘껏’ ‘장작놀이’ ‘보글보글’ ‘단추탑 만들기’ 등 프로그램의 이름도 이채롭다.
“요즘 아이들은 장난감이 없으면 못 노는 줄 알죠. 하지만 몸을 쓰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게 놀 수 있다”라고 말하는 옥영경(38) 교장은 89년부터 방학마다 체험학습을 운영해 왔다.
‘열린교실’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 학교나 학원에서와 달리 각자 관심 있는 수업을 종이에 적어내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뜨개질, 요리 등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들을 이 기회를 통해 배운다. 수업 시간 안에 결과물을 제출해야 하는 학교 교육과 달리 목도리를 하나 뜨는 데 하루가 걸려도 아이들이 스스로 끝낼 때까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게 이곳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김동희(신서초 3년)군은 “‘뚝딱뚝딱’ 교실에서 톱질, 망치질을 배울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동희군의 어머니 이금재(44)씨는 “집에서는 어리광만 피우던 아이가 ‘물꼬’에 다녀온 뒤 의젓해졌다”며 흐뭇해했다. 손영환(매탄초 6년)군은 “화장실이 ‘푸세식’이라 불편했지만 수화와 점자 등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영환군의 어머니 이금주(38)씨는 “길 없는 산을 오르는 활동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는 법을 배운 것 같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방학 기간을 위주로 체험학습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던 ‘물꼬’는 2년 전부터 상설 대안학교로 새 출발했다. 여름·겨울 방학마다 열리는 계절학기 외에도 봄·가을에는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옥영경 교장이 미국, 호주, 스웨덴 등의 해외 캠프를 돌아다니며 쌓은 노하우를 학교에 적용해 온 결과. ‘모든 일을 스스로, 함께 하며,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는 3대 원칙을 학교 경영의 기본철학으로 삼고 있다는 옥 교장은 올 봄에 실시할 프로그램을 구상하느라 한창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