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공원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쥬라기공원’이 흥행에 대성공한 데는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몇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6500만 년 전에 멸종된 공룡을 DNA 합성으로 복제해 내 그 가능성을 제시한 것도 한 원인이 되지만 좀 더 세밀한 재미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첫째는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에 쫓기는 소형 오리주둥이공룡 집단이 초원을 무리 지어 달리는 장면이며, 둘째는 공룡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는 장면이다.
오리주둥이공룡이 두 발로 뛰는 충격적인 장면이 ‘쥬라기공원’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공룡의 화석 발자국이 큰 몫을 했다. 이의 진상은 다음과 같다.
과거에는 공룡이 아주 천천히 네 발로 걸었고, 대형 공룡인 경우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없어 물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살았다는 가정까지 있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 공룡에 대한 연구가 급진전되자 일부 공룡들은 두 발로 서서 걸었다는 사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공룡 발자국 화석이 그 단서였는데, 발자국과 당연히 함께 있어야 할 꼬리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공룡이 꼬리를 질질 끌면서 걸었다면 깊은 고랑 같은 자국이 공룡 발자국과 함께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와 같은 고랑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부 공룡들이 매우 빠르게 뛰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시속 100㎞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이다. 이 속도는 마라톤 주자들이 42.195㎞를 2시간 10분대로 뛰는 것을 감안할 때 5배나 빠른 속도다.
공룡의 속도는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공룡 화석 발자국의 보폭을 감안해 계산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전남 우항리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은 공룡이 매우 빨리 뛰었다는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했다.
당초 스필버그 감독은 마이클 크라이튼 원작 ‘쥬라기공원’의 주인공인 T-REX(티라노사우루스)를 수백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입해 정교한 모형을 만든 후 촬영에 들어갔다. 이 당시 대본에는 오리주둥이공룡이 T-REX에 쫓기는 장면이 없었다. 영화 촬영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때, 한국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에 의할 경우 어떤 공룡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뛰었다는 보도를 접한 몇몇 디자이너들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오리주둥이공룡들이 뛰는 장면을 만들어 스필버그에게 보여줬다. 스필버그는 공룡들이 뛰는 장면에 충격을 받고는 곧바로 T-REX 위주의 촬영 장면에서 공룡이 뛰는 새로운 장면을 삽입하도록 대본을 고쳤다. 스필버그의 이와 같은 단안이 ‘쥬라기공원’을 공전의 흥행으로 이끌었음은 물론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