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초등학교부터 ‘마담 퀴리’ 꿈 키우려면(상)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을 잘하는 것은 선천적인 성 차이이며, 교사가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

2004년 한국여성개발원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중·고교 수학교사 10명 중 4명이 이같이 답변했다. 과연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수학, 과학을 못하는 것일까.

과학 교사와 여성 과학자 등 전문가들은 ‘여학생이 과학을 못한다’는 개념은 남학생이 경험할 수 있는 야구 등 스포츠를 예로 든 교재나 여학생에 대한 편견을 가진 교사의 인식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또 여학생의 지적 발달 수준에 맞춰 나가는 교과 과정과 여학생 특성에 맞는 교수 학습에 대한 개발·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보람(17·경기 광주 경화여고3) 양은 “중학교 때부터 수학을 좋아해 이과를 선택했지만 성적을 위해 과학 과목을 암기해야 하는 것이 따분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과학 실험은 수행평가를 위해 교과서에 나온 간단한 내용을 형식적으로 실시할 뿐”이라며 “과학, 수학이 어렵고 점수 따기가 힘들어 문과로 전과한 반 친구가 3∼4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04학년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사회·수학·과학 교과의 경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 교과에서 ‘우수 학력’을 성취한 여학생 비율은 초등 6학년 24.2%(남 25.8%), 중학교 3학년 16%(남 17.8%), 고등학교 1학년 10.3%(남 14.8%)였다. 과학은 각각 21.4%(남 22.3%), 12.1%(남 14.1%), 4.8%(남 8.1%)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 알 수 있듯 저학년인 경우 남녀 학업성취도 차는 미미하지만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면 눈에 띄게 드러나 과학 교과의 경우 남녀 우수 학력 학생 비율 차가 2배가량으로 벌어진다.

문미옥 와이즈센터 연구교수는 “현 교과 내용이 현상과 결과를 도출하는 결과 위주의 단편적 구성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지식을 습득해 종합하려는 여학생의 특성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역시 “교사들은 창의적 대답이나 문제풀이를 할 때보다 노트 정리나 과제물을 보기 좋게 해왔을 때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을 더 많이 칭찬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남학생과 인지능력에서 확연히 구분되며 진로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는 초등학교 5, 6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무렵에 여학생 친화적인 과학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초등학생 대상의 국립과학관 프로그램, 주민자치센터의 생활과학교실, 교육청별로 방학 동안 진행되는 과학동산, 일반 과학캠프 등 교외 프로그램들이 학교 내 사업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학생 대상의 생활과학교실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우새미씨는 “여학생들은 실험을 거듭할 수록 능동적인 참여 태도와 창의성을 발휘하지만 1년 이상 학습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며 “여학생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학교 내에서 이런 교육이 활발히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남 교수는 또 “관련 학과·직업, 미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역할모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진로 선택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인적자원부 여성교육정책담당관실의 최보영 사무관은 “현행 여학생 친화적인 과학프로그램은 여학생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첫 단계로 화장품 제조 등 흥미있는 소재로 한정 개발된 교과서를 보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학생을 위한 교과서 개발 등 별도의 사업은 없지만 수학·과학 성취도 제고를 위한 정책연구 결과가 2월 중순쯤 나올 예정”이라며 “연구 결과에 따라 과학 교사들의 교수 학습법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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