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였지만 특히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 토론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생명공학을 세계 만방에 뜨게 한 황 박사를 칭송하는 분위기에서 시작하여 나중에는 진실게임으로 들어가 줄기세포는 있었는가, 원천기술은 있었는가라는 논란으로 가히 전 국민이 생명공학의 전문가가 되다시피 했다. 
결국 ‘줄기세포는 없었다’라는 사기극으로 거의 끝을 맺어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음모론이다, 들춰내지만 않았으면 국익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는 건데…라는 아쉬움들이 토로되고 있다.   
이번 줄기세포 사건은 비단 과학자 몇 명의 문제만은 아니다. 인기만 있다 싶으면 무조건 편승하는 정부와 정치인들, 과학을 과학이 아닌 믿음으로 승화시켜 영웅을 만들고 그를 부추겼던 우리 국민들, 그래서 그동안 잘난 척 하던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을 물리치고 앞장서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보고 싶던 우리의 애국주의가 함께 만들어낸 희대의 이벤트였다.
그런데 이러한 와중에도 제대로 거론이 되지 않았던 논제는 바로 줄기세포 실험에 필요한 난자는 어디에서 구했을까이다. 초기 줄기세포 사건이 터진 것이 바로 난자를 얻는 과정이 부도덕했다는 점에서 출발했지만 곧 그 이슈는 언론에서 사라져 버렸다. 여성단체에서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고 여성계에서 토론회를 가지기도 했지만 진달래꽃을 밟으며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애국적인 분위기에 묻혀버리기 일쑤였고 주요 언론들은 줄기세포가 진짜냐, 가짜냐, 황우석 박사가 거짓말을 했는지, 노성일 박사가 거짓말을 했는지에만 관심이 있었지 여성들의 난자를 불법으로 채취했는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야말로 ‘그 흔한 난자 좀 주기로서니…’라는 투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이야기했듯이 여성들의 난자 채취는 고통의 과정이며 그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아서 그야말로 까다로운 조건 아래서 행해져야 하는 기증 작업이다. 그래서 돈을 주고 매매하는 난자 기증과 연구자의 난자 기증을 생명윤리법에 의해 철저하게 막고 있으며 세계적인 기준 또한 철저하게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과배란이라고 하지만 한 달에 한 개씩 나오는 난자를 한꺼번에 몇 십 개씩 배란하게 하는 시술은 ‘과’를 넘어서는 위험한 작업이다.
이제 서서히 난자 기증에서의 문제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연구실의 압박에 못 이겨 여성 연구원들이 난자를 기증하기도 했고 불법적인 난자 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했다는 사실이 본격적으로 보도되고 여성계와 정치권에서도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물론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조사하여, 연구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무심하게 대접받는 여성의 몸에 대한 존중성을 다시 생각게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남는 생각 하나는 만약 줄기세포 연구가 성공적이었다면 우리 여성들은 그 거대한 애국의 물결을 뚫고 이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할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언론에서는 일단으로라도 이 문제를 다루어주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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