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에서 10년을 살다가 왔다는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의 엄마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엄마는 미국에 있을 때 몇 가지 목적으로 아이들에게 매일 일정 시간 성경 베껴 쓰기를 시켰다고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2∼3년 전부터 시작된 성경 베껴 쓰기의 몇 가지 목적이란 다음과 같았다. 즉, 아이들에게 한글 깨치기와 함께 한글 문장력을 익히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책상에 앉아 있는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엄마였으니 성경 공부도 목적이 됐을 것이다.
일요일을 빼고는 거의 한두 시간씩 책상 앞에 앉았던 것이 이후 공부 습관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물론 그 엄마는 그런 공부 습관을 잡아준 것 이외에는 비싼 과외비를 감당할 여력이나 성적에 억척스러운 열의가 있는 엄마는 아니었다.
나는 요즘 인생에서 성적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너무 쉽게 말하는 선배 엄마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솔직히 평생을 일류 대학의 열풍에 휩쓸려 살다 보면 성적이 인생의 전부인 양 여기게 되는 문화에서 독야청청할 수만은 없다. 아무리 나는 다르게 살 거야, 라고 다짐했더라도 어느 순간 아이의 성적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처음부터 아이 교육에 열성적인 엄마보다도 더 혼란스러운 엄마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인간은 자율적인 존재라서 그냥 가만히 놔두기만 하면 뭐든 다 알아서 한다는 큰소리도 경계한다. 아주 특별한 천성의 아이들이나 대단한 교육적 재능을 타고난 엄마의 노력이 아니라면 자율적인 아이로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공부뿐 아니라 텔레비전 시청이나 컴퓨터 오락까지도 알고 보면 처음엔 부모가 유도하고 습관을 들였을 터였다.
그래서 나라면 후배 엄마들에게 이런 충고를 하고 싶다. 성적에 얽매이지 않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즉 한국의 성적 열풍에 휩쓸리지 않을 대단한 다짐과 강철 같은 교육철학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 말이다. 이런 열풍에서 벗어나고자 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대안학교를 찾아나서는 것이리라.
성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면, 막연한 자율성을 기대하기보다는 욕심부리지 않는 선에서 몸에 밴 성실성을 길러주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에게 저 스스로 뭔가 이루고자 하는 의욕이 생겼다 하더라도 기초실력도, 공부습관도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면 금세 좌절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이 유난히 소심하고 의지가 약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성실한 습관을 길러주는 일조차도 뜻대로 안될 때가 많다. 그럴 땐 나의 교육적 한계와 아이 성격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바로 그때서야 비로소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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