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에 의해 술자리에서 구타를 당했다. 이를 둘러싸고 ‘맞을 짓을 했겠지’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온다. 심지어 모 여성국 당직자가 비공식적으로 피해 여성이 아닌 가해 남성의 구명 작업을 한다. 정치적으로 같은 노선과 정파가 ‘여성문제’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1년 전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 내 술자리서 일어났던 여성폭력사건 때 일이다. 당시 분개하며 기사를 썼던 기억이 떠오른다. 세상에 ‘맞을 짓’이란 없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그 어떠한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것은 단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폭력, 즉 언어폭력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연말 국회는 한 남성 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 여성 의원들의 윤리위 제소로 맞대응하면서 막을 내리려나 보다.
지난 19일 국회의장실을 점거하고 있던 임인배 한나라당 의원이 의장실 여직원에게 욕설을 퍼부은 일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에 항의해 김원기 국회의장실에서 열흘 가까이 농성을 벌이고 있던 중 임인배 의원이 “너희들 뭐 하는 XX들이야” “의원이 있는데 어디서 못 들어온다고 해 버르장머리 없는 X들” “싸가지 없는 X들” 등 욕설을 의장실 여직원에게 퍼부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인배 의원 측은 “수행비서가 보고서를 가지고 왔다가 (의장실에) 들어오지 못해 격앙된 상태에서 나가 보니 경위가 있기에 욕설을 했다”며 “들어오면서 비서실을 지나가며 혼잣말로 또 욕을 했는데 아마 비서에게 하는 말로 들린 모양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조배숙, 김현미 의원 등 열린우리당 여성 국회의원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임 의원의 발언은 국회 내 하위직 여성들에 대한 비하적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규정한 뒤 “임 의원의 모욕으로 정신적 피해를 당한 국회 여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임인배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다른 당 여성 의원인 나경원 한나라당 공보부대표는 브리핑에서 “어제 국회의장실 농성 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심심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사과를 표시했다. 하지만 “(나 공보부대표는) 사실상 의장실 소속의 비서진과 일일이 시시비비를 거론하는 것이 맞지 않은 것 같아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겠다”며 “그러나 언론 보도 과정에서 일부 왜곡되거나 일방적 주장이 과장된 것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임인배 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은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또 하나의 폭력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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