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촛불을 들어 주십시오.’
대통령 선거 공약에나 나올 만한 구호가 국회서 요즘 등장하고 있다. 그것도 여성 의원들뿐만 아니라 남성 의원들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제기되니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진통을 겪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으로 통과되자 한나라당이 ‘촛불집회’ 등 장외 투쟁을 선언하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내세운 구호다. 그동안 돌봄·감정노동을 전략화한 정치(이른바 ‘엄마 정치’)는 여성 정치인들이 익숙하게 사용해왔다. 그러나 사립학교법 통과로 여야에서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라는 구호로 ‘엄마 정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치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치 전략과 선전 구호의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로 해석해야 하는가.
그러나 이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드는 ‘촛불’의 의미는 각기 다르다.
박진 의원은 지난 10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전교조에 맡길 수 없다’는 글에 이어 13일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전교조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박 의원은 사학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반민주적 폭거이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검게 물들이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사태”라며 “한나라당의 사학법 반대는 비리 사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전교조로부터 지키는 일이라는 논리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의원은 교원노조 단체교섭이나 협약 시 학교운영회의 학부모 위원을 참여케 해 의견을 듣도록 하는 내용의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같은 당이지만 박진 의원과 전혀 다른 입장을 들고 나온 고진화 의원은 지난 13일 ‘참교육 대신 이념논쟁으로 변질된 사학법 논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우리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국회가 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교육환경 개선과 깨끗한 사학재단 운영이라는 목표와 관계없이 빅딜론에 이끌려온 사학법이 결국 국회파행이라는 대지진을 초래한 것"이라고 규정한 뒤 ‘대지진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이기 때문에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한 피해 복구를 역설했다.
사학법 개정안 통과와 함께 부상한 남성 의원들의 ‘엄마 정치’. 너도나도 엄마의 심정으로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촛불을 들겠다고 하는데…누가 ‘콩쥐 엄마’와 ‘팥쥐 엄마’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여성단체와 여성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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