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30분쯤 달게 자고 있는 나를 딸이 깨웠다.
“엄마, 나 뒤구르기 좀 가르쳐주세요.”
‘한밤중에 웬 뒤구르기?’ 그날 따라 난 몹시 피곤하여 10시쯤부터 소파에서 졸고 있었는데 딸이 구르기 연습을 한다기에 내 방으로 들어와 잠이 들었었다. 새벽 6시 다시 딸이 와서 뒤구르기를 가르쳐달라고 한다. 출근을 하려면 7시 10분에는 나가야 하는데 아이는 방문 앞에서 울먹이고 있다. 출근할 준비에 바쁜 난 “앞구르기만 하면 되지 왜 뒤구르기까지 하려고 그래? 체육 점수 좀 덜 받으면 어때서?” “저는 꼭 해야겠어요. 엄마. 가르쳐주세요.”
너무 진지하고 확고해 보이는 표정 앞에서 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뒤구르기 시범을 보여줘야만 했다. 더 길게 이야기할 시간도 물론 없었다. 첫 번째는 실패를 했지만 힘을 빼고 가능한 한 몸을 둥글게 만들어 굴러보니 신기할 정도로 쉽게 굴러졌다. 난 여러 번 시범을 보이며 설명했지만 딸은 될 기미도 안 보였다.
급기야 딸은 엄마는 두 번만에 하는 것을 자기는 100번 넘게 해도 안 된다고 울음을 터뜨린다. 이런 꼭 필요한 순간에 출장을 간 남편을 원망해도 소용이 없다. 출근 시간은 다가오고 다급한 마음에 6학년 아들을 깨우며 내가 한 말은 “누나 뒤구르기 도와주면 3000원 줄게. 빨리 일어나!”
워낙 돈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군소리 없이 벌떡 일어나 나 대신 몸을 잡아주며 뒤구르기 연습을 도와주었다. 될 듯 하면서도 막판에 구르지 못하는 딸아이! 나와 아들이 함께 도와줘도 도무지 되질 않는다. 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면 다 되는 거라고 말로는 계속 격려를 했지만 내심 내가 빨리 출근할 수 있기만을 바랐다.
딸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학교에 일찍 가서 매트에서 연습을 해야겠다고 서둘러 나갔다. 겨우 출근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슬슬 목과 등이 땅긴다. 체육시간이나마 신나게 운동을 하지 수행평가랍시고 또 다른 스트레스를 주는 한국교육의 현실이 새삼 너무 싫었다. 그런데 과연 뒤로 굴렀을까? 학교가 끝나고 온 딸의 표정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엄마, 나 드디어 해냈어요. 학교에 있는 매트에서 연습을 하니까 되더라고요. 집에서는 침대 위라 부딪칠까봐 무서웠는데 매트에서 하니까 되던데요.”
난 제일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엄마와 동생이 가르쳐준 것이 도움이 되었니?”
“물론 큰 도움이 되었지요. 그런데 앞구르기만 잘 해도 점수를 받을 수 있었대요. 그래도 난 내가 해낸 것이 기뻐요.”
부쩍 커버린 딸이 대견스럽다 못해 존경스러워진다. 딸은 이것을 통해 자신의 앞에 떨어진 난관을 극복해냈다는 성취감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뒤구르기를 할 수 있는 이상의 좋은 경험이 되었다. 목과 등은 뻐근했지만 내가 직접 시범을 보여 도움을 주길 잘 했다 싶고 3000원이 아깝지 않았다. 아들은 3000원을 못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난 급한 마음에 한 유치한 말을 희석시킬 여유를 찾았다.
“남을 도우면 3000원 이상의 것을 얻는단다. 엄마는 단지 그 대가를 눈으로 보여주려고 3000원을 말한 것이지. 상징처럼 말이야.”
부모 역할을 하다보면 목의 통증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고통과 고민이 따르는 일이지만 난 오늘도 아이를 키우며 많은 것을 감사하며 배운다. 부모의 역할은 힘들면서도 얼마나 할 맛이 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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