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경력단절 여성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지원책

이화여대 와이즈거점센터 생활과학교실에서 강사로 일하는 장미화(42)씨는 지금의 직장을 구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10여 년 전 출산 때문에 대학교 전산실 실습조교 일을 그만뒀던 이씨는 2년 전부터 전산 관련 일을 구하려 했으나 재취업이 여의치 않았다. 이씨는 “일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 것 같아 웹마스터와 웹스페셜리스트 강좌를 1년간 수강했지만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씨의 경우처럼 빠르게 변하는 과학기술계에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재취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구인·구직 연결 창구, 아울러 보육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 과학기술인들은 시간 활용이 자유롭지 못한 연구직의 경우 가사·육아·연구의 조화가 쉽지 않고, 급여 수준에 비추어 보육 비용이 과다 지출된다는 지적이다.

화학을 전공한 이은경(33·생활과학교실 강사)씨는 “연구직에 재취업하고 싶지만 밤늦게까지 진행하는 실험이 많고 학사 출신의 급여 수준이 100만∼120만 원 수준이라 보육비를 감안하면 직장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여성 경제활동률은 20대 65.4%, 30대 54.1%, 40대 64.5%로 ‘M-커브형’을 띠고 있다. 결혼, 출산, 육아가 집중되는 30대에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출산, 육아로 인한 초기 퇴직률이 높은 수치를 보임에 따라 여성 관리직 진출도 저조한 실정이다. 관리직 중 여성 비율은 5.3%로 일본 1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 8월부터 2개월간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여성발전센터 수강생 4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34세는 ‘기혼 여성이라는 이유로’(36%), 35∼49세는 ‘나이가 많아서’(40%) 구직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과학기술연구활동조사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과학기술인 비율은 12%.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NIS-WIST, 원장 전길자)는 10년 후 여성인력을 2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2차연도(2005년 6월∼2006년 5월) 사업의 초점을 경력 단절·미취업·퇴직 여성 과학기술인에 맞췄다.

NIS-WIST는 그 일환으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Science Communicator) 양성 교육 과정을 운영 중이다. 대졸 이상 미취업 및 퇴직자 이공계 여성을 대상으로 과학실험 강사, 과학 저술가 등을 양성하는 SC 양성 교육은 기초교육, 현장실습, 프로젝트 수행 등 10주 과정으로 이뤄진다.

지난 3∼5월 진행된 1기의 경우 화학, 물리, 생물, 식품영양학 등 분야에서 주부, 교사자격증 소유자, 대학교수 정년퇴임자, 석·박사 등 20대 중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전공자들이 수강했다. 1기 수료생 25명 대부분이 생활과학교실 강사로 채용됐고,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2기의 경우 벌써 수강생 25명 중 10명이 서울과학관 과학교실 강사로 채용됐다.

NIS-WIST는 앞으로 경력별 맞춤형 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대학 연구소와 연계한 실험·실습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WIST커리어센터의 구인구직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과학기술 관련 전문 직종의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 역량별, 단계별 취업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구인 기업·연구소의 채용 조건에 맞는 우수 인재를 추천하는 활동도 벌일 계획이다.

이외에 산업자원부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와 함께 설립한 ‘산업기술 인력 아웃플레이스먼트(전직 지원)센터’를 통해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과기부 역시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고용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르면 2007년에 ‘직급별 승진목표제’를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한편 아일랜드 과학재단은 연구원이 휴직 후 학계에 연구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경력 향상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민주영 NIS-WIST 교육개발 및 지원팀장은 “나이에 연연하는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 과학기술인들도 구직시장이 악조건임을 인식해 대기업, 근무시간 등의 조건을 따지기에 앞서 전문인으로서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ww.wist.re.kr)> <한국과학문화재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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