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공간 문화축제 ‘화장실 스와핑: 금지란 없다’

공공의 장소이면서도 가장 사적인 볼일을 보장하는 공간인 화장실을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키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성적 담론들을 고민하는 전시회가 열려 주목을 끌었다.
여성문화예술기획 주최로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제3회 여성과 공간 문화축제 ‘화장실 스와핑:금지란 없다’에선 실제 남녀 화장실 안에 존재하는 성별화의 코드를 수집해 이를 ‘스와핑’(교환)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화장실, 배설, 그리고 여자’‘화장실 스와핑 섹션’‘인터랙티브 퍼포먼스’ 등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축제에는 총 10여 팀이 참가해 사진, 영상, 설치미술, 참여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여줬다.
여성에게 청결을 강요했던 수세식 화장실 보급 당시의 포스터와 사진,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장희선 감독의 단편영화 등은 화장실 내에서의 남녀 성별화를 보여줬다. 자신의 나체 사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인규 화가가 교사 시절 학생들과 진행했던 ‘화장실 가꾸기 프로젝트’는 화장실이 다양한 청소년 담론을 수용하는 ‘영원한 아지트’임을 일깨웠다. 화장실 안에는 이서경 작가의 실물 사이즈 조형물 ‘서서 오줌 누는 여자’와 ‘앉아서 화장하는 남자’가 설치돼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 2년간 화장실의 낙서와 춘화를 수집해 온 조정화 사진작가의 ‘화장실 춘화’는 시선과 욕망의 교환을 의도했다. 윤해영 작가의 인터랙티브 설치작품 ‘맨투맨’은 설치된 버튼을 열심히 눌러 먼저 화면의 성기가 발기단계에 다다르면 이기는 게임으로 남성 성기를 둘러싼 권력을 유희적인 위치로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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