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의 생명윤리 논란과 이를 보도한 문화방송의 취재 태도를 놓고 몇 주째 시끌시끌하다. 신문을 보아도 인터넷상의 어느 사이트를 들어가도 ‘우리의 황 교수님’을 협박하고 우롱한 문화방송은 천하의 매국노 집단이며 당장 없어져야 할 공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거기다 문화방송은 취재 때 실제로 협박에 가까운 방법을 썼다고 하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단연코 익명의 네티즌들이다. 이제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과학자, 방송까지도 네티즌의 눈을 피해갈 수는 없다. 지하철에서 애완견 관리를 잘못 했던 소위 ‘개똥녀’가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정치인들도 말 한마디에 지지자들이 왔다 갔다 한다.
연예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것도, 또 자기 관리를 잘 못 해 하루아침에 스러져 가는 것도 얼굴을 알 수 없는 인터넷상의 팬이나 안티팬들에 의해서일 때가 많다.
이렇게 되면 세상 모든 일이 몇몇 엘리트들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주인되는 민주주의 세상이 우리에게 이미 온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무언가 좀 미심쩍다. 우리가 그렸던 일반 시민이 주인되는 세상이 이렇게 무책임한 여론몰이가 횡행하는 세상이었나?
책임감이 빠져 있었다. 민주주의에서 주인되는 이들의 첫째 조건은 책임감이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또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 정치인이나 소위 사회 지도층들을 우리가 믿지 못했던 것도 그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라의 국방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자기 자식은 군대에 가지 않도록 빼돌리고 부패정치를 없애야 한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돈을 받았기 때문에 외면 당했던 것이다.
시민이라고, 더욱이나 컴퓨터 뒤에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네티즌들이라고 이 책임감을 비켜갈 수는 없다. 인터넷에서의 글은 즉흥적으로 쓰는 글이 많기 때문에 감정적이기도 하고 비논리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호소력 있고, 이러한 의견이 모아질 때면 걷잡을 수 없다. 파괴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진실과 관계없이 흐르기도 하고 몇 사람의 인권 정도는 쉽게 짓밟기도 한다. 그 흐름은 애국주의로 치닫거나 여성들의 주장에 대해서 흥분하는 마초이즘이 되기도 한다. 마치 누가 한번 걸리기만 해 봐라는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다.
여론은 민주주의를 살리는 불꽃이기도 하지만 여기저기로 그 불똥을 튀게 해 우리가 어렵게 이룩해 온 민주주의를 불태울 수도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인터넷이 가미된 여론의 힘은 가히 파괴적이다. 이제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라고 이야기하고 민주시민이 주인되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여기에는 당연히 이성적인 책임이 같이 따라와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라기보다는 군중의 흐름, 더군다나 기존 보수 언론을 그대로 답습하는 무책임한 여론몰이는 이제 그쳐야 한다.
과학의 발달과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떨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생명윤리와 투명성도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등 떠밀리는 여성들의 어려움도 같이 생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더불어 잘 사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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