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여성과학기술인 활용 성공 사례

“고급 여성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나라는 성공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실패할 것이다.”

산업자원부가 지난달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해 개최한 ‘산업혁신포럼 2005’에서 ‘제로섬 사회’의 저자 레스터 서로 MIT대 교수(미래학자)는 이렇게 밝혔다.

또 여성의 기업활동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캐털리스트’는 지난해 최고경영진에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군이 가장 낮은 기업군에 비해 투자수익률이 35% 더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계 역시 여성인력의 적극적인 수용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연구단체와 기업들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BT벤처업체 ‘랩프런티어’ 등이 대표적 사례이며, 한국기계연구원(KIMM)은 여성인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놔 눈길을 끈다. 이들 단체는 여성 채용 인력을 늘림으로써 논문, 특허출원 등의 뛰어난 성과와 매출 신장을 올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KIST(원장 김유승)는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여성 과학기술인 신규채용 비율이 40%에 달했으며, 지난해 선임연구원급 이상 여성 연구원 승진 비율도 18.2%로 2003년 12.5%에 비해 5.7%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승진의 벽 허물기’에 나서 지난해 책임연구원으로 승진한 여성은 승진 대상자 5명 중 3명이나 됐다. 여성인력에 대한 이 같은 지원으로 지난해 국제과학인용색인(SCI) 논문 게재 건수 612건 중 여성 과학기술인 SCI 논문 게재가 112건(18.3%), 전체 특허출원 392건 중 111건(28.3%), 등록 304건 중 58건(19%)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여성인력 비율이 11.6%에 불과하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린 셈이다.

KIST는 또 유명희 박사를 21세기 프런티어사업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개발사업단’의 단장으로 육성하는 등 중견 여성 과학기술인을 유치, 육성해 리더급 여성 과학기술인력으로 배출하기도 했다. 정혜선 책임연구원(의과학연구센터)은 먹는 항암제를 개발, 대화제약으로부터 선급실시료로 1억 원, 경상실시료로 매출액의 1%를 받기로 하고 기술이전을 하기로 했다.

항체신약개발 전문기업인 랩프런티어(대표 박종세)의 여성인력은 전체 139명 중 78명(56.1%)이며, 이 가운데 여성 과학기술인이 68명, 48.9%에 달한다. 2000년 설립 당시부터 직원 19명 중 여성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9명이었다. 지난 5년간 랩프런티어는 연 평균 매출액 83억여 원, 올해 120억 원을 예상하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미연 마케팅실장은 “사원 채용 시 여성 지원자들은 학업성적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활용 등 제반 능력이 잘 갖춰져 있다”고 평했다. 그는 또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섬세하고 체계적으로 업무에 집중해 논문 실적과 바이오 신제품 개발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기계·재료 분야의 여성인력 비율이 3%에 불과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KIMM(원장 박화영)은 지난해 지원가능 학력을 박사급에서 석사급으로 조정했다. KIMM은 또 2002년 전국 45개 대학 이공계를 중심으로 공급인력을 조사해 여성인력 현황을 분석한 바 있으며, 이를 토대로 각 학교 홈페이지·인터넷 취업사이트를 활용, 여성 과학기술인 우대사항을 명시하는 등 구인활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또 미국 MIT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내 한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해외 채용설명회를 2002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학제 간 융합연구를 위해 타 전공분야 학위자 충원도 확대했다. 그 결과 여성 지원자가 2003년 4명에서 지난해 19명으로 늘었으며, 지금까지 여성 합격자는 5명이다. KIMM은 2015년까지 여성인력을 최대 220명 더 채용할 계획이다.

안윤정 NIS-WIST 경력관리 및 정보운영팀장은 “여성들은 연구분야뿐 아니라 비즈니스, 마케팅 분야까지 동시에 아우르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공계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남성 위주의 인력 운영은 국가 경쟁력 강화에 역부족”이라며 여성 과학기술인들에게 “인력풀이 한정된 연구소, 학교로 진로를 한정하지 말고 일반 기업체 등 여러 분야로 진출하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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