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랜 시간의 논의를 거쳐 내놓은 저출산 종합대책 ‘함께하는 대책 둘둘플랜’에 대한 여성단체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영유아보육료, 교육비 지원 ▲육아지원시설 서비스 개선 및 지원 확대 ▲산전·산후 휴가 급여 국가 전액 부담 ▲불임 부부 지원 ▲가족친화적 직장문화 조성 등 5개 분야 19개 사업에 2009년까지 4년 동안 14조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획기적 정책에 대해 왜 여성단체들은 환영은 못할망정 비판을 해야만 했을까. 
그 가장 핵심적 이유는 이 정책이 성인지적 관점이 아니라 여전히 가부장적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출산을 하는 것이 당연한 존재, 저출산 대책의 목표-미래의 안정적 노동인구 확보를 통한 국가 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이 근저에 깔려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여성은 수단화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여성의 자기성장 욕구, 여성과 남성이 함께 나누는 평등하고 조화로운 삶 등은 중요한 변수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저출산 대책은 보완되어야 하고 특히 성인지적 관점은 그 기초가 되어야 한다.
한국의 여성들이 왜 출산 파업을 하게 되었을까? 세 가지 중요한 이유는 첫째, 출산과 육아의 역할 전담 둘째, 자기성취 욕구 그리고 셋째, 출산과 육아의 비용부담이다. 따라서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 전체를 아우르는 대책이 나와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몇 가지 보완대책을 살펴보면,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교육수준 향상에 걸맞은 일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통한 자기성취 욕구도 높아졌고, 한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도 여성의 참여가 필수적일 뿐 아니라, 한국 가족은 이미 남성 생계부양 구조에서 2인 생계부양 구조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 일자리의 불안정성은 출산 기피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여성이 직업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조치들이 시행되어야 한다. 이번 대책에서 육아비용의 분담문제는 지난 시기에 비해서는 정부의 분담률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우선 정부가 약속한 대로 2008년의 정부보육비용 분담률이 50%가 되도록 실천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수준의 재정투자로는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본의 저출산 대책의 실패와 프랑스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발상의 대전환과 선언적이 아니라 실제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에서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되어야만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런데 내 경험으로는 이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저출산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세계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안을 찾는 일에 여성 모두의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2005년의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의 남편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은 32분으로 전업주부 가정의 남편보다 1분이 많았다. 이런 가부장적 역할 분담이 계속되는 한 여성은 출산을 할 수 없다. 더구나 가족구조는 핵가족화되고 고령 사회가 되어 노인의 부양문제가 발등의 불인 상황에서 기존 남녀역할 분업체계가 계속되어 가사노동, 돌봄 노동의 전 책임이 여성에게 부과된다면 여성은 적응하기가 불가능하다.
남성과 여성이 역할을 공유하는 훈련과 교육이 체계적으로 학교 교육에서부터 실질적으로 실천되어야 하고, 이 역할을 사회가 공동 분담하는 제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