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육아 고민, 어떻게 풀까

대학원 정보통신학과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지난해 출산과 육아로 휴학한 이모(33)씨는 마지막 석사논문만 남겨둔 상황이지만 복학이 쉽지 않다. 이씨는 “돌도 안 된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는 죄책감에 연구에 집중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여성 과학기술인들에게 ‘육아 문제’는 최대의 고민거리이며, 이로 인해 학업이나 연구활동을 포기하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여성 과학기술인들은 우수한 여성인력의 이탈을 막아 국가의 과학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사회·정책적으로 획기적인 보육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회장 김지영)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설문에서 여성 과학기술인 265명 가운데 141명(53.2%)이 ‘육아 부담’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여성 과학기술인이 다음으로 꼽은 ‘취업 기회 제한’은 48명(18.1%)에 불과해 ‘육아 부담’과 무려 3배의 격차를 보였다. 또 출산·육아로 2∼3년의 기간을 휴직한 여성 과학기술인들은 급변하는 과학기술계를 따라잡지 못해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게 복직이나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등 자신의 경력을 이어가는 데 사투를 벌여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산하 기관 신규 채용 여성인력이 지난해 20%를 기록, 여성 과학기술인력 채용목표제가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재직 비율이 크게 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월 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유승희 열린우리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과학기술부 산하 20개 연구회의 여성 연구원은 전체 연구원 5263명 중 445명으로 8.5% 수준이었다. 더욱이 간부급에 해당하는 책임연구원 중 여성 연구원은 74명으로 1.4%에 불과했다.

반면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보육시설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국정감사에서 유승희 의원은 “영유아보육법상 300인 이상 직장에는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현재 300인 이상 출연 연구소 중 직장보육시설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대덕연구단지관리본부가 운영하고 있는 ‘대덕연구단지 어린이집’의 경우 230여 명을 수용하고 있으나 해마다 수백 명의 취학 전 어린이들이 시설이 부족해 사설 어린이집 등에 맡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고자 과기부는 영유아 전담 24시간 첨단 종합보육센터 건립을 추진해왔으나 예산 확보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보육센터 건립과 관련해 1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바 있으며, 내년에는 종합보육센터 건립을 위해 12억 원이 배정됐다.

이와 관련,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NIS-WIST)는 내년부터 시행하는 2단계 BK21 사업에 이공계 여대학원생을 위한 보육비를 지원해줄 것을 교육인적자원부에 요청했다. 전길자 NIS-WIST 원장은 “새롭게 IT강국으로 부상 중인 아일랜드의 경우 수많은 여성이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일자리를 떠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부터 기금을 마련했고, 연구책임자 경력 향상 보조금제도를 도입했다”며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미옥 와이즈센터 연구교수는 “육아는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것이 아닌 사회 전체의 공동체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면서 “꼭 필요한 경우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를 돌보러 가는 일이 용인되는 여성 친화적 직장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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