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영화 ‘슈퍼맨(Superman)’에서 슈퍼맨은 평소에는 다소 멍청한 기자인데 긴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인적 드문 곳에서 트레이드마크인 붉은 망토를 걸치고 나타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준다.
그런데 상황이 워낙 다급하자 건물 출입구인 회전문을 통해 외부로 나가면서 슈퍼맨으로 변신한다. 그가 망토(속옷은 입고 다니기도 함) 등 변신에 필요한 옷을 평소에 지니고 다니지 않는 것을 볼 때, 회전문 안에서 옷을 순식간에 만들어 입는다고 볼 수 있다. 슈퍼맨은 옷을 어떻게 만들까?
원리적으로 20세기 최대의 발명품이라 불리는 플라스틱류의 ‘폴리에스테르’라는 화학섬유로 슈퍼맨의 옷이 만들어졌다면 공기만으로 옷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폴리에스테르라는 화학섬유는 탄소, 산소, 수소만을 원료로 해서 만드는데 이 원소들은 공기 중에서 얼마든지 뽑아 쓸 수 있으므로 이들 원소를 공급할 공기의 양이 충분하기만 하면 된다. 이처럼 원료는 풍부하지만 막상 옷을 만드는 일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슈퍼맨이 입는 망토를 비롯한 최첨단 옷이 1㎏ 정도의 무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자. 산소와 수소는 공기 중에 무한대로 있으므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탄소다. 1㎏의 옷을 만들려면 탄소가 700g 정도 필요한데 탄소를 포함한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0.03%밖에 들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슈퍼맨이 순식간에 옷을 만들려면 무려 4400㎥의 공기를 확보해야 한다. 슈퍼맨이 옷을 만들어 입던 회전문의 폭과 길이 1m, 높이 2m, 옷을 만드는 데 2초 정도 걸렸다면 바람의 세기는 초속 1100m가 돼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초속 17∼20m의 바람에 작은 나뭇가지가 꺾이고 초속 21∼24m면 굴뚝이 넘어지고 기와가 벗겨진다. 속도가 25∼28m에 이르면 나무가 뿌리째 뽑힐 수 있으며 60m는 철탑이 휠 정도로 초특급 강풍으로 2003년 9월 12일 태풍 ‘매미’가 제주도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 수월봉을 지날 때 기록됐다. ‘매미’가 지나갔을 때 건물은 물론 나무, 전신주, 기차가 탈선되고 교각(부산 구포대교)이 무너졌던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약 20배 빠른 속도로 슈퍼맨이 옷을 만들어 입게 될 경우 회전문과 건물이 왕창 파괴되는 것은 물론,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빨려 들어가 모두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의 사도인 슈퍼맨이 옷을 만들어 입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건물이 파괴된다면 말이 안 된다. 슈퍼맨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 악인을 무찌르는 것이 목적인데 인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인간에게 피해를 준다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수많은 SF 영화에서 소개되는 과학자들의 발명품은 허무맹랑한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그 기상천외한 발명품에 찬탄하고 환호한다. 상상력으로 만드는 영화에서 다소 허무맹랑한 아이디어가 없다면 누가 영화를 재미있다고 보겠느냐고 말하겠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이 왜 불가능한가를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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