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의식을 결정한다’.
마르크스 유물론의 기본 명제다. 그렇다면 남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말인가. 아니다. 왜? 존재를 배반한 의식도 현실에서는 수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이 마초로 전락되거나 혹은 남성이 페미니스트로 등극(?)될 때 모두 해당하는 말이다.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김애실)에 속한 남성 의원인 채수찬 열린우리당 의원, 박세환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나 혹은 열린우리당 내 저출산고령화대책 단장을 맡고 있는 이계안 의원 등이 바로 존재를 배반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도 어느새 존재를 배반한 의식을 갖게 됐다. 즉 어느새 페미니스트로 진화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애초부터 성인지적 의식을 뚜렷하게 갖춘 의원은 아니었다.
여성가족위 상임위 취재를 하면서 앞서 언급했던 채수찬, 박세환, 이재오 의원은 분명히 다른 남성 의원보다 훨씬 성인지적 의식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존재론적 차이에 의해 여성 의원들과 비교해봤을 때 가장 뒤처진 성인지적 의식을 드러냈었다.
이와 관련, 대표적인 사례를 찾기 위해 지난 6월 22일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성매매방지법 개정안을 심의하던 중 남성 의원과 여성 의원 간 설전이 벌어졌던 기억을 떠올려봤다.
이재오 의원은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성매매 예방 교육을 실시한 것을 각 기관장에게 보고하면 되지 굳이 여성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느냐”며 비판을 했다. 이재오 의원의 이 같은 용감한 문제제기의 결말은? 여성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았고, 언론으로부터도 질타를 받았다.
그랬던 이재오 의원이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 8일 여성가족위 국감에서 이재오 의원은 영화 ‘너는 내 운명’을 보고 감상문을 제출하라면서 장하진 장관에게 영화를 통해 여성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관점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은 다방 아가씨가 수혈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되고, 빚을 갚기 위해 성매매 집결지에 빠져들게 되는 얘기다. 물론 에이즈에 감염된 다방 아가씨와 농촌 총각의 순애보가 이 영화 스토리의 중심축이지만 말이다.
존재를 배반한 의식을 가진 대표적인 의원을 꼽으라면 단연 이재오 의원을 꼽고 싶다. 그러나 의식이 존재를 배반시키기 위해서는 그 의식은 아주 천천히, 느리게 진화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로 여성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아주 천천히, 느리게, 그리고 집요하게,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존재가 의식을 배반하도록 남성을 설득하는 일이고, 존재가 의식을 이미 배반해 버린 여성을 설득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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