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국정감사 시즌이다. 여야 의원들은 너도 나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지금, 성인지 국감을 하려고 노력하는 의원들의 유행어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뒤를 돌아봐’이다.
국감 첫날인 지난 9월 22일 교육부 국감에서 열린우리당 최재성 의원은 김진표 교육 부총리에게 질의를 시작하기 직전에 “부총리님, 뒤를 돌아보시죠”라고 언급했다.
순간 김진표 총리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고, 국회의원들과 기자들의 시선도 모두 김 총리 뒤쪽을 향했다. 최 의원은 “피감 기관의 증인으로 참석한 교육부 직원 중 여성은 한 명도 없다”며 교육부 내에서 채용과 승진에 있어서 여성할당제 도입과 관련한 얘기를 꺼냈다.
자료 미제출과 관련해 여야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터라 분위기가 험악했던 국감장이었는데, 오랜만에 웃음이 피어났다.
이날 오후 있었던 에피소드를 곁들이자면, 국감장의 열기가 한창 데워지자 황우여 위원장은 김진표 총리에게 “더우면 옷을 벗어도 좋다”고 말한다. 김진표 총리가 “옷은 안 무겁다. 옷을 안 벗어도 좋으니 무겁지 않은 가벼운 질문을 해달라”고 가벼운 농을 던져 또 한번 이곳저곳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황우여 위원장은 “만약 장관이 여성이었다면 옷 벗으라는 얘기도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9월 29일 언론재단과 언론중재위 국감에서 윤원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피감 기관장들에게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뒤를 돌아보시죠”라고 말했다. 윤 의원 역시 “피감 기관의 증인으로 나온 사람은 모두 남성”이라며 “내년에는 여성도 이곳에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조처해 달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채용과 승진에 있어서 여성할당 도입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5일 국방부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을 비롯해 대부분의 남성 의원은 군대 내 성희롱, 성범죄 문제를 제기했다.
국정감사장에서 쏟아지는 질의 속에서 여성 관련 얘기가 나오면 기자는 눈이 번쩍 뜨인다. 그러나 질의와 답변 시간을 포함해 7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성인지적 국감질의’를 하는 의원 역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뒤를 돌아봐’ 수준의 질의가 현재로서는 최고의 성인지적 국감 질의이자 유행어로 평가된다. 그러나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국회의원들이 피감 기관의 업무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여성, 환경, 지역, 장애인 등 다양한 관점에서 예각화된 질문들을 던졌으면 하는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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