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워진 엄마·딸로 돌아오다
새로워진 엄마·딸로 돌아오다
  • 여성신문
  • 승인 2005.09.30 12:05
  • 수정 2005-09-30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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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힘들수록 모녀의 정 더 깊어져

로마 아시시, 베니스를 지나 스위스 산골마을, 작은 베니스라는 벨기에의 브루헤, 노르망디를 거쳐 파리로 되돌아 온 것으로 우리의 여행은 끝났다.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 여행 계획에 만전을 기하려고 떠나기를 늦추지 마라. 미비된 점이 있더라도 우선 떠나고 보라. 어차피 인생이란 계획한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이것저것 보는 것에 너무 욕심내지 마라. 제일 기억에 남는 것들은 수도원에서 새소리 들으며 앉아 있던 일, 노을진 전원에서 듣던 성당의 종소리, 아침 햇살 아래에서의 아침 식사와 같은 사소한 것이다.
셋째, 대도시보다 작은 마을이 정말 좋았다. 노르망디의 에트로타, 벨기에 브루헤, 생테밀리옹, 아시시, 시에나, 생폴드방스 등이 파리나 로마보다 기억에 남는다.
넷째, 그 고장의 음식, 공연 등을 즐길 것을 권한다.
한달 여에 걸친 긴 장정은 딸과 나를 깊이 결속시켜 주었다.
최근 4∼5년 사이 딸은 매사에 앞서 가고 툭 터진 엄마가 보수 꼴통(?)이 되어 소통이 어렵다고 대화 단절의 원인을 엄마에게 돌리고 있었고 나는 나대로 ‘옛말 그른 것 없어. 자식은 웬수라더니’하며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말대꾸만 하는 딸을 원망했었다.
기나 긴 여행길에서 아무 것도 모를 것 같았던 딸이 위기의 순간 해결사로, 내가 지칠 땐 무거운 짐을 나르는 돌쇠로, 여행길의 동반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감탄하는 곳을 딸도 똑같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고 꼴 보기 싫어하는 것도 어쩜 그리도 같은지. 어느 곳에 가든지 당당하고 품위 있는 태도를 보여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는 것을 보고 새삼스럽게 딸이 내 생각보다 멋있는 애로 자랐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딸 서문이는 서문이대로 엄마가 육체적으로 쇠약해지고 있다는 걸 여행길에서 처음 알았다고 고백했다. 씩씩하고 강인하기만 하던 엄마가 자신이 보호해야 할 면도 있다는 걸 처음 깨달은 눈치다. 엄마는 약해지고 딸은 어른이 되고. 딸은 이번 여행으로 한층 성숙해졌고 나는 나의 한계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고마웠던 점은 서문이가 이번 여행을 나보다 더 만끽했다는 것이다. 엄마와 다니는 것이 힘든 면도 많았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큰 감정의 부딪침 없이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어미인 나보다 젊은 딸의 공이 아니었을까?
예약 없이 떠난 여행의 어려움이 우리를 더 결속시켜 주었다. 문제가 생기면 머리를 싸매고 함께 풀었고 엄마가 지치면 딸이 나섰다. 그러니 엄마와 딸들이여! 서로 말문이 막힌 사이라면 오랜 여행을 함께 떠나 보라. 그러면 반드시 험한 인생을 함께 헤쳐나갈 동반자로 돌아올 것이다.     손효경 / 자유기고가

이번 칼럼을 끝으로 손효경씨의 ‘엄마와 딸의 엎치락뒤치락 유럽여행’을 마칩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필자와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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