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여성주의적으로 평가한다는 원칙을 세웠을 때 마음이 조금 복잡하다. ‘여성의 눈’이라는 잣대는 ‘어떤 여성들을 대변하는지’ ‘일상사에서 여성차별을 하는지’ 등의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21일 한 정치 강연에서 “국민지지와 국회의석 수가 일치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선거구제 개편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여성할당’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나 발언은 요즘 들어 찾아보기 힘들다. 2003년 개혁국민정당 시절, 남성이 여성당원 3명을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해자 실명 공개와 처벌 요구가 ‘명예훼손’이라고 거부당한 적이 있다. 이후 공개사과문이 발표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유시민 집행위원은 “집행위가 이 문제와 관련해 큰 잘못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발언을 해 여성계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유시민 의원은 이후 인터뷰 때 아이를 안고 나타나거나 정치인이 된 후 육아 등 가사를 거의 못 도와준다는 말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김춘진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21일 성매매방지법 시행 1주년 기념 ‘여성가족위원회’ 전문가 간담회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경찰청 측 관계자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1년 동안 전문직 종사자의 성매매 적발 건수가 가장 높다고 보고했다. 이날 김 의원은 모집단 대비 적발 건수 비율을 계산하지 않았다며 통계상 오류를 지적했고, 경찰청은 분류는 했지만 언론에 노출할 수 없어 보고를 안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언성을 높여 “왜 그렇게 말이 많으냐. 그냥 ‘시정하겠습니다’ 하면 되는 것 아니냐”하며 발끈했다. 이는 ‘남자가 말하는데, 여자가 일일이 반론을 제기하냐, 그냥 고분고분하면 되지’라는 것에 다름이 없었다. 물론 이건 다분히 주관적 해석이다. 의원들을 근접 거리에서 취재하다 보면 ‘남성 의원들의 집합적 무의식’을 보게 된다. 여성 의원·기자·관료에게 ‘권위주의적인 시선’을 보내거나, 직원들에게 ‘어이, 거기’ 등의 비공식적 호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인 나의 눈은 친여성적인 남성 의원인지 아닌지 충분히 가늠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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