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 가요계 큰언니

“여성들이 고정관념에 구속받지 말고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자신감을 표출하라고 얘기하는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이제 여자 대통령도 나와야 할 때가 아닌가요.”
‘여유만만’ 콘서트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묻자 힘차게 외치며 말문을 연 가수 박미경(39)씨. 그는 10월 7일 오후 7시 30분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되는 제2회 ‘여유만만’콘서트에 참여하는 여성 가수 3인방(박미경, BMK, 마야) 중 맏언니이다. 85년 강변가요제에서 수상한 ‘민들레 홀씨 되어’로 데뷔한 그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1, 2집을 내놓고 사라지는 여가수들이 수없이 많은 가요계에서 20년 동안 꾸준한 활동을 보이기는 쉬운 일이 아닐 터.
박미경씨는 ‘이브의 경고’ ‘이유 같지 않은 이유’ ‘아담의 심리’ 등 히트곡마다 남성들에 대한 강한 외침으로 여성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줬다. 가령 ‘이브의 경고’에선 “그렇게 날 속이려고 하면 나에게는 더 이상 순애보는 없어. 난 널 그냥 떠나버릴 거야”라고 당당한 주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7집 앨범의 타이틀 곡 ‘섹시 레이디’에서도 “대한민국 여성 모두 내면의 섹시함을 표출하고 당당하게 살아가자”고 이야기한다.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20년간 여성 가수로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94년 그를 스타덤에 올린 히트곡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여성 가수는 젊고 예뻐야 인기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여성 연예인은 결혼하면 은퇴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주위의 노처녀 여성 가수들은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고.
“여성들에게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정주부로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거나 여성은 남자의 뒤치다꺼리를 한다는 생각을 바꾸고 남성이 할 수 없는 1인 2역의 여성임을 인정해야죠.”
박미경씨는 2003년과 2005년 여성마라톤대회에서 열정적인 공연을 보여준 여성신문의 단골 손님. 여성신문을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주부들이 많이 보는 여성잡지에는 광고가 대부분인데 비해 여성신문은 독자를 대변하는 이야기를 싣는 매체”라며 여성신문을 평가했다.
그는 “노래는 내 삶이고 삶이 노래다”라고 얘기했다. 노래를 삶의 동반자로 삼게 된 데는 어린 시절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주신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여자아이가 피아노가 아닌 기타를 배우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던 시절, 그는 기타 학원의 유일한 여학생이자 가장 어린아이였다. 여덟 살 때부터 기타와 피아노를 배웠고 팝송 레슨을 받으며 노래 연습을 해온 그는 음악 이외의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인기가 떨어지면 다른 부업을 찾는 가수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는 ‘노래’야말로 일생 그가 꾸준히 해야하는 일로 생각해왔다. 그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꿈꾸고 있을까. 그가 하고 싶은 장르는 여러 가지이지만 앞으로 여성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2002년 미국인 사업가 트로이 아마도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후에 더욱 강해졌다. 내년에는 아기도 갖고 싶다는 그는 엄마가 돼서 여성의 참모습을 배우고 그 경험들을 노래로 만들고 싶다고.
박미경씨는 특히 클론의 강원래·구준엽씨, 그리고 강원래씨의 아내인 김송씨와의 우정으로 유명하다.
“93년은 저에게 의미있는 해였어요. 클론과 김송, 그리고 지금의 남편을 같은 해에 만났지요. 의미 있는 인연을 만들어준, 잊을 수 없는 해였죠.”
10년이 넘게 클론을 바라봐온 그는 그들의 한결같은 모습을 칭찬했다. 그들을 잘 알고 있는 박씨는 그래서 강원래씨가 사고를 당했을 때에도 꼭 이겨낼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현재 강씨의 아내 김송씨는 박미경씨의 백댄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월 여성마라톤대회 축하공연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여유만만’ 콘서트에도 김송씨와 함께 무대에 설 것을 약속했다.
“많은 여성이 이번 콘서트에서 신나게 놀고 에너지를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여유만만’ 콘서트를 앞둔 그가 관객들에게 하는 약속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