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호주제 폐지는 ‘끝’이 아닌 ‘시작’

올해 3월 호주제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남녀평등 시대에 새로운 전환기가 마련됐다. 이제 여성들 못지않게 남성들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생활 속 평등문화 정착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 주류를 형성하는 남성 리더들의 새로운 역할 찾기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논의도 거듭되고 있다. ‘여성신문’은 ‘GS리더(Gender Sensitive Leder)의 시대’란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 남성 리더들의 대 여성 마인드와 함께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여성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취재하고 자료화해 평등시대 남성과 함께 윈윈 파트너십을 이루어 가는 새 어젠다를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 순서는 ‘GS리더스 포럼’ 발족 때부터 공동대표로 활약해온 박인구 ㈜동원F&B 대표이사다.

강남 포이동 동원산업 빌딩 18층, 전망이 탁 트인 동원F&B 대표이사실에서 ‘GS리더의 시대’ 두 번째 주자로 박인구(59) 사장을 만났다. 학자적 기업가의 면모를 풍기는 그와의 인터뷰 첫머리는 “지금 현재 리더라기보다는 죽을 때까지 평등사회를 추구하는 리더가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으로 봐 달라”는 겸허한 요청으로 시작됐다.
그가 2000년 10월 동원F&B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한 첫 조치는 촉탁제를 공식적으로 폐지한 것이었는데, 이는 그동안 여직원들이 결혼과 동시에 촉탁직이란 불안정한 신분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의 50% 가까이가 여성이고, 주 소비자도 여성이어서 ‘여성’의 목소리가 그만큼 중요한 식품회사에서 여성이 결혼과 임신으로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나름의 도의적 신념에서다.

-2000년 10월 취임 직후 촉탁제를 없앤 것이 회사 안팎으로 반향을 일으켰을 것 같다. 또 이후 회사 경쟁력 부문에서 어떤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여직원들의 경우, 결혼 후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는 ‘평생직장’의 확신이 없으니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식품산업의 경우, 여성의 심리를 읽기 위해 여직원들이 많이 필요한 실정이어서 자연스럽게 촉탁제를 폐지하게 됐다. 직원들의 반응은 당연히 좋았고, 신분상 불안을 덜 느끼게 되니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여직원 각각의 능력을 최대한 동기화해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임원들 중 여성이 있나.
“아직까지 임원급에 오른 여성은 없지만, 가능하면 빨리 여성들이 우리 회사 톱 클래스에 올라와 주면 좋겠다. 올해 고급 인력 스카우트에 여성을 최소한 10명 확보하기로 했고, 상반기에 이미 경력직으로 6명을 채용했다. 현재는 과장, 차장, 부장급 간부 여직원들과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같이 하면서 자꾸 관심을 갖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해준다.”

-대학생인 두 딸과 일주일에 평균 10시간가량을 여성 리더십 등 사회에서 여성으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고 들었다.
“딸들에게는 성공한 여성들에게서 교훈을 배우라고 기사들을 클리핑해주곤 한다. 얼마 전엔 두 딸을 위해 한 공중파 방송의 대표적 여성 임원을 저녁식사에 초대해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대선배들에게서 역할모델을 구하면서 직장과 가정을 조화롭게 병행해 역량 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자라길 바라는 부성에서다. 커리어 발전을 위해선 부단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결혼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여성신문’이 선정한 ‘평등부부’도 되신 바 있는데, 아내의 발전을 위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유교교육을 받고 자란 집사람이지만, 내 직장 관계(상무관)로 미국 유럽 등지에서 9년을 보내면서 선진문화를 많이 경험하고 기존 통념을 많이 깨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데다가, 무보수로 매주 한 번씩 회사 김치공장에 나가 세밀하게 재료를 검사하고, 공정 과정을 체크한다. 요즘 난 집사람에게 여성 고위정책과정 등 리더십 훈련을 위한 커리큘럼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사회생활 중 기억에 남는 멘티들이 많을 것 같다.
“한때 여고에서 정치경제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 그땐 여학생이 10%정도나 대학에 갔을까말까한 시대였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실생활의 지식이고, 그래서 신문, 그 중에서도 특히 사설을 봐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이를 위해 한자를 엄청 많이 가르쳤고, 직접 사설을 읽고 쓰게 하면서 손바닥도 숱하게 때렸다(웃음). 후에 제자들이 고맙다고 하더라. 특히 황춘자(52) 서울지하철공사 삼각지영업소장이 공부도 잘 할 뿐만 아니라 매일 시사상식을 챙겨서 복도에 써넣는 등 자신이 맡은 일을 틀림없이 해오던 학생으로 기억한다. 현재는 10여 군데 역을 관할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지하철공사 최초의 여사장이 될 것으로도 기대한다.”

-호주제가 폐지됨으로써 여성문제의 큰 숙제가 풀렸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호주제는 제도의 폐지이니, 이제 (남녀차별의) 의식의 폐지가 수반돼야 제도적 평등이 의식의 평등으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호주제 폐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일례로 회사에서도 임직원의 시가·처가 부모 장례 시 조의금 차별을 없앴고, 개인적으로도 21회 행정고시 동기회장으로서 친구들의 부모 장례 시에도 화환부터 조의금에 이르기까지 시가·처가 차별을 없앴다. 한편으론 무리 없는 부부공동재산제를 위해 공동명의 전환에 있어 일시적으로 증여세를 면제해주는 유예기간을 두는 제도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가령 선진국의 그레이스 피어리어드(Grace Period) 같은 제도 말이다.”
-생활 속 평등문화 정착을 얘기하고 계신데, 특별히 회사정책으로 펴고 있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매년 명절 때는 아내사랑 캠페인을 펼쳐 남편도 함께 명절을 준비하는 분위기를 독려하고 있고, 김장철엔 부부가 함께 하는 김장투어를 호응 속에 전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론 주부들의 자기 시간을 위해 ‘도마 없는 부엌’을 추구 중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신선식품을 많이 선호하지만, 외국에선 전자레인지에만 넣으면 바로 조리되는 냉동식품이 다양하게 많이 나와 있다.(식품의 질이 담보된다면) 식단과 그에 따른 가사에 대한 시간을 최대한 절약해줘서 여성의 사회참여를 도와주는 식품상품들을 많이 개발하고 싶다.”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 단절에 대한 대책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안다.
“직원들이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이유로 드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육과 사교육에 대한 비용 문제다. 이제 보육과 교육은 기업경쟁력으로도 직결되는 문제다. 직장 내 보육시설 얘기도 많이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것은 지역 내 보육시설 의무 설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 단지 건설 시 단지 내 보육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존의 아파트엔 1층을 내 보육시설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또 예전의 동사무소, 즉 주민자치센터를 24시간 개방해 탁아시설로 활용해 직장 여성을 도와줘야 한다.” 
 
“으샤∼으샤∼”하는 활기찬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 사내 합창단까지 생각해봤던 박인구 사장은 장차 여력이 생기면 여자 축구팀을 창단, 현재의 실업 여자 축구팀으로 리그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단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밤새워 히딩크 감독에게 감사편지를 손수 썼을 정도의 열렬한 축구팬으로서 여자 축구가 남자 축구보다 세계 정상에 더 빨리 오를 가능성이 많다고 믿기 때문. 당장은 생활체육으로서 어머니 축구단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과연 GS리더답다.

박인구 사장이 말하는 ‘21세기 남성리더’의 네 가지 조건

박인구 사장이 꼽는, 21세기에 한층 경쟁력을 발휘할 남성리더의 조건은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첫째, 여성 상사나 아래 여직원을 대하는 데 있어 불편해하지 않아야 한다.

남성들은 대부분 여성 상사나 직원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거나, 같은 남성 직원과 평등하게 일을 시키는 것을 주저한다. 박 사장은 직장생활에서 여성을 남성과 똑같이 대하는 것이 평등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남녀공학 등의 경험과 함께 훈련이 축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직원들이 행복하게 직장과 가정 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일례로 박 사장 자신이 직원들의 이른 귀가를 위해 저녁 7시 30분에 퇴근한다. 그는 상사라면 직원들의 가정생활도 함께 걱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지역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우리 사회 남성 대부분이 학부모운영위원회, 반상회, 자녀들의 청소년 축구대회 등 지역공동체 행사를 너무 등한시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남성들이 술 좀 덜 먹고, 남성 위주의 활동을 좀 줄여서라도 가정으로 빨리 돌아가 아내와 아이들, 지역사회와 함께 해야 사회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넷째, 장남 콤플렉스, 아들 콤플렉스에서 용감히 벗어나야 한다.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박인구 사장은 역설적으로 장남 콤플렉스를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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