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입국 탈북자 중 여성 70% 차지…하나원 분원 폐쇄 등 지원책 미비

여성 탈북자를 전담 수용해 온 하나원 분당 분원이 지난 7월 22일 전격 폐쇄됐다. 경기도 성남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과의 임대 계약 만료로 하나원이 문을 닫자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탈북 여성을 위한 지원책과 특화 프로그램의 운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90년 이후 점차 증가한 여성 탈북자는 2002년 처음으로 남성 탈북자의 규모를 넘어섰으며 최근에는 입국 탈북자 중 여성이 70%에 육박하고 있다.
90년대 초 2∼4명에 불과하던 여성 입국자는 2000년을 기점으로 132명에 다다랐으며 점차 증가해 2004년 총 1894명의 국내 입국자 중 1268명이 여성이었던 것. 이처럼 국내 탈북 여성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체 시설도 마련되지 않은 채 폐쇄된 하나원 분원은 ‘탈북 여성을 위한 지원정책’의 열악함을 증명한 셈이다.
2001년 탈북, 2002년 입국한 강모(45·여)씨는 “일단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남한에 오지만 아는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상태에서 한국에 적응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며 “여성들이 남한에 정착하는 데 유용한 미용, 제빵 등 특화교육을 비롯해 기본적인 한국문화를 익힐 수 있는 하나원이 없어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정부는 99년 7월 경기도 안성에 정착지원시설 하나원을 지은 후 탈북자가 급증하자 분원을 열었고 분당 분원에서는 2002년 9월 개원한 뒤 1000여 명의 독신 여성 탈북자를 교육해 왔다. 시설이 폐쇄된 것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대체 시설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만 답했다.
한편 국내에 입국·거주하는 탈북 여성들은 단순히 규모만 증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점차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90년대 입국한 여성들이 제조업·농업·서비스업에 종사한 것에 비해 최근에는 시인, 보험설계사, 예술 공연단으로 활약하거나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2002년 입국 후 실향민 커뮤니티 사이트 ‘북마루’ 콘텐츠기획팀장으로 재직 중인 김지은씨는 “한국 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듯 탈북 여성들의 사회적 인식과 지위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며 “그러나 입국 후 지원 받는 교육 프로그램은 전혀 특화돼 있지 않다. 더욱이 기본 교육을 수행하던 하나원마저 규모가 축소된 것은 정부의 탈북 여성에 대한 지원정책이 소극적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국감에서 ‘정착시설 내 산부인과 진료지원 등 북한 이탈 여성에 관한 정책’에 대해 질의한 이계경 한나라당 의원은 “하나원 운영을 위한 예산이 분명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임대 계약 만료 등을 이유로 기관을 폐쇄 조치한 것은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며 “급증하는 탈북 여성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분원 운영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하나원의 폐쇄로 불거진 탈북 여성 지원책 문제가 조속히 ‘북한 이탈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한 대책 특별위원회’등을 구성하고 탈북 여성에 대한 지원책을 본격 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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