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로 무장 보아·렉시·마야 등 인기

“모든 게 나에게 여자가 여자다운 것을 강요해, 내 모습 그대로 당당하고 싶어, 그늘에 갇혀 사는 여자를 기대하지 마.”(보아 5집 ‘걸스 온 탑’ 중에서)
스무 살이 된 가수 보아가 6월 발표한 5집 앨범 타이틀 곡 ‘걸스 온 탑’에서 여성으로서의 당당한 모습을 외치는 가사를 내세웠다. 파워풀한 창법의 노래뿐 아니라 여성스런 느낌을 배제한 의상, 남자 댄서들에게 발길질을 하는 안무 등으로 공격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이 노래는 MBC 및 SBS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2005년 여름 가요계에 여성들의 파워를 나타내는 스타일로 무장한 보아, 렉시, 마야 등의 여가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효리를 필두로 한 섹시한 여성을 내세우는 컨셉트의 가수들이 대세였던 지난해와 비교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아의 ‘걸스 온 탑’에선 ‘세상의 진리는 절대로 불변의 법칙’이라며 ‘힘의 논리, 남자만의 법칙들’을 주장하는 남자들에게 “아주 웃기시네!”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러면서 “이 세상의 반, 그건 여자들이 만들 거야, 당당하게 난 멀리 앞을 향해 걸어갈래”라고 노래를 끝맺는다. 최근 활동 중인 후속곡 ‘모토’ 또한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주는 노래이다.
7월 말 2집을 발표한 렉시 역시 수록곡 ‘애니멀’에서 “내가 남자를 싫어하는 이유, 그대는 본능에 충실해, 그래서 여자 찾아 밤거릴 헤매며 다니네”라며 남자들을 비난한다. “내가 원하는 건 진심 어린 사랑, 짐승 아닌 사람, 모든 남자들은 애니멀”이라며 남성들을 ‘동물’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렉시는 2003년 발표한 1집 타이틀곡 ‘애송이’에서도 “요즘 남자들 똑같애, 다 애송이야”라고 부르짖은 바 있다.
신인 가수 길건은 ‘여왕개미’에서 “내 손짓 하나에 닫혔던 맘을 열어, 난 너희들의 이마 위에 세례 내려, 이제 넌 나의 신하가 돼버린 거야”라며 수컷을 지배하는 암컷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들이 노래 속에서 주장하는 바를 여성주의의 표현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우선 보아의 ‘걸스 온 탑’은 작곡가 유영진, 렉시의 ‘애송이’와 ‘애니멀’은 가수 싸이가 만드는 등 작사·작곡자는 남성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무엇보다 이들의 소속사 측에서도  여성주의를 내세우기 위해 만든 노래는 아니라는 입장을 표현했다.
보아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정상희씨는 “‘걸스 온 탑’등의 노래로 보아가 페미니스트로 불리거나 여성주의 표방으로 이슈화되기를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성인이 된 보아가 할 수 있는 얘기를 노래로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렉시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안덕근 부장은 “노래를 만든 싸이의 색깔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렉시였기 때문에 곡을 받은 것”이라며 “렉시 자신은 노래 가사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싸이는 TV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애송이’나 ‘애니멀’은 남성으로서의 자기반성의 노래”라고 얘기한 바 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팀장은 “보아나 삼순이와 같이 최근 적극적인 여성을 표현하는 여성들이 새로운 문화 흐름으로 자리잡는 움직임은 대중문화의 주된 소비자층인 여성들을 의식한 제작사들의 의도가 숨어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중문화란 결국 자본이 만들어내고 상업성을 쫓아가게 마련이므로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유행의 순환에서 오게 된 것인지 앞으로의 트렌드를 변화시킬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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