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과 이른바 X파일 논란으로 야 3당은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세계 초일류 기업임을 자임하고 나선 삼성은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대국민 사과를 했다. 홍석현 주미대사도 미국 특파원들을 모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용서를 구한다’며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과 세계 최고 신문을 꿈꿨던 중앙일보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한동안 정치권은 X파일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각 정당은 X파일이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 미칠 이해득실을 따지는 데 바쁘다.
국회를 강타하는 빅뉴스인 X파일 사건을 보면서 여성주의적인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왜냐하면 사건 파일 속에 여성이 주체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X파일에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사실, 바로 그 지점이었다.
‘권언유착의 고리 속에 여성은 없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권력을 잡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는 모종의 음습한 뒷거래가 이뤄져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부패의 사슬구조 속에 여성은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여성 운동계에서 흔히들 여성의 정치 참여가 많은 국가일수록 국가 청렴도 지수가 높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자주 인용한다.
또한 권언유착의 부패구조는 바로 정치의 공식문화가 아닌 비공식 문화가 주요 메커니즘으로 작동돼 왔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여성은 술자리 등을 통한 정치권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비공식 문화에 취약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치 투명성이 높아질수록 여성의 정치 참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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