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출입한 지 어언 8개월. 국회에 출입하기 전부터 국회 내 스캔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왔기 때문에 기자로서는 그 진위 여부가 궁금했다. 사실 스캔들의 진원지는 ‘정보지’(이른바 찌라시)와 기자들의 입이다. 정보지 역시 결국 기자들이 만드는 것이니까 결국 스캔들을 만들고 키우는 일등공신(?)은 기자들인 셈이다. 
모 일간지가 만드는 정보지를 받아봤을 때, 그곳 역시 정치인과 기업인의 남녀관계에 관한 갖가지 소문들이 빠지지 않고 들어 있었다. 여성 의원과 여성 보좌관, 여성 기자들을 둘러싼 소문. 최근 국회 내 몇 가지 스캔들이 다시 떠돌았다. 이를 접했을 때 국회를 출입하는 여기자로서 너무 화가 났다. 아무래도 여기자끼리 뭉쳐서 공동 대응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이른바 ‘연예인 X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 ‘개인정보보호권과 사생활보호권’등이 다시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국회를 출입한 이후 스캔들의 진위 여부엔 관심이 없어졌다. 사실을 규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악성 루머가 많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국회 내 스캔들에도 ‘가해자와 피해자’구조가 존재한다. 소문을 만든 주체는 남성, 소문의 대상은 여성이다. 스캔들의 주인공은 분명히 ‘남녀’인데, 그곳에 등장하는 여성만이 피해자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16대 모 국회의원과의 스캔들에 연루됐던 미국에 살던 여인의 자살 소식은 여성 담당 기자였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아주 우연히 최근 그 여인의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를 만났다. 그 사건의 진위를 가장 근접 거리에서 들을 수 있었다.(여기서 그 전모는 생략한다)
그 여인은 자살하기 직전 새벽 3시에 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귀신이 되어서라도 (그 남성 의원을) 쫓아가서 괴롭히겠다”는 말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 남성 의원은 미국에 살던 그 여인을 ‘꽃뱀’으로 몰아버리고, 그 여인의 말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서 결국 ‘삶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진실을 밝히고 싶었던 것 같다. 재미 변호사는 “이 사건을 통해서 한국의 여성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국회 내 스캔들, 국회 내 여성문제 역시 정치력의 싸움이다.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가해행위를 피해행위로 둔갑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국회 내 스캔들의 숨은 공식인 것이다. 왜? 남녀관계는 제3자가 존재하지 않아 증거불충분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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