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출신 여성운동가 낭 라오 리앙원

“미얀마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한국 정부가 (미얀마와의) 모든 무역거래 및 투자 활동을 보류하고 어떤 형태의 차관 지급도 중지하도록 국민들이 압력을 행사해 달라”
한국성폭력상담소 초청으로 6월 열린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미얀마 출신 여성운동가 낭 라오 리앙원씨의 간절한 호소다. 그는 2002년 미얀마(옛 버마) 군인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자행된 강간 사례가 실린 ‘강간허가증’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행한 샨 여성실천네트워크(The Shan Women's Action Network, 이하 SWAN)의 활동가이다. 이 보고서에는 96년부터 2001년까지 샨 주에서 여성 625명이 미얀마군에게 강간당한 사례 173건이 실려 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살해당했지만 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당시 보고서는 국제 사회의 큰 관심을 끌었다. 2002년, 2004년 유엔은 총회에서 샨 주 및 다른 주에서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자행된 강간 및 기타 시민 학대 행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50대 초반의 독신 여성인 리앙원씨는 현재 태국에서 생활하며 미얀마를 탈출한 여성들을 돕고 있다. 
“나는 정치적 망명자다. 강간보고서가 발표된 뒤 군사 정부는 SWAN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을 다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했다. 태국 정부에도 활동가들을 붙잡아 송환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때 ‘아시아의 쌀 창고’라 불렸던 미얀마에 군사 독재 정권이 들어선 것은 62년. 당시 18만여 명에 불과했던 군인 수는 40여 년이 지난 뒤 40만여 명으로 늘었다. 국내총생산(GDP)의 40%가 군사비로 쓰이는 군사강국(?)이 됐지만 건강·복지 예산은 GDP의 1%에 머무르는 복지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00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의 보건시스템은 191개국 중 190위를 기록했다.
“미얀마는 8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전체 인구의 60%에 달하는 버만족이 정권을 쥐고 있으며 7개 부족들은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미얀마 정부의 군사화 정책의 목표는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사력의 증진과 함께 인권 침해 사례도 크게 늘었다. 특히 소수민족 여성들에 대한 강간은 정부의 묵인 아래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성폭력은 수많은 저항 운동을 통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다”
리앙원씨는 “성폭력은 지역공동체를 위협해 굴복시키는 것뿐 아니라 군대의 세력을 과시하며 저항 세력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굴욕감을 주는 등 여러 목적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며 “성폭력은 군인들의 전투 활동에 대한 보상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소원은 군사 독재가 무너지고 정권이 바뀌어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잠시 고향을 떠올린 듯, 그의 눈에 물빛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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