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일기] 17대 국회 1년 의정활동을 돌아보며

나는 지난 20여 년 여성운동에 몸을 담고 여성 의원이 많아져야 정치가 깨끗해진다고 한결같이 주장해 왔다. 그리고 정치개혁 시민운동을 주도하며 국회의원들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 의정감시 활동을 해 왔다. 그런 만큼 가장 모범적으로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부담을 짊어지고 정치생활을 출발했다.

의정활동 잘 하기의 첫째를 모든 회의에 시간을 지켜 출석하고 자리를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본회의장에도, 상임위원회에도 정시에 들어가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여야가 정치싸움으로 예정된 본회의를 보이콧했을 때 혼자 하루 종일 텅 빈 본회의장을 지킨 적도 있다. 어느 날은 본회의장에서 혼자 ‘시간엄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의 대가로 지난 국회개원 57주년 기념일에 시간을 엄수해 국회 운영을 원활히 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회의장으로부터 우수 의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의정활동 잘 하기의 둘째는 무조건 열심히 많은 일을 하여 능력을 보이는 데 두었다. 여성 의원은 꽃이 아니라 실력 있고 준비된 ‘의원’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18대 국회에 더 많은 여성 의원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일년간 본회의장에 대정부 질의만 세 번을 했고 찬성·반대 토론 및 5분 자유발언 등으로 이미 총량을 넘었다는 동료 의원들의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매달 한 번씩 토론회를 개최했고 80회가 넘는 보도자료를 냈다.

의정활동 잘 하기의 셋째는 여성 의원으로서의 차별화된 의제 선정에 두었다. 여성 의원들이 부정부패에 물들지 않고 깨끗한 정치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더구나 여성의원으로서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더더욱 기본에 속하는 일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여성의원이라면 적어도 공통으로 추구할 수 있는 한두 가지 정도의 의제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을 평화운동으로 잡았다. 이와 관련된 두 가지 경험을 사례로 들어보겠다.

하나는 여성계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호주제 폐지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었을 때 찬성토론을 하는 기회를 누린 것이다. 더 없는 큰 영광이었다. 여성계의 여망대로 이 법안이 통과되는 날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다른 하나는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이 상정되었을 때 토론도 없이 표결에 부치려고 하는 것을 온 몸으로 막으며 결국 반대토론에 나선 것이다. 파병을 막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우리 국회에서 파병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데는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4년 열심히 일해서 나를 포함한 40명의 여성 의원이 있어 우리 정치가 선진화되고 국회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종합평가를 받고 싶다. 여성 의원이 더 많아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불 같이 일어나 18대 국회에는 여성 의원이 100명으로 늘어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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