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체세포 신약개발 유용성 높아

황우석 교수가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체세포 복제 기법을 이용해 배아줄기세포 생산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세상이 들썩이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이 치매나 루게릭병 같은 불치병을 극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현실로 한 발짝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가 현실화되는 만큼 부작용을 걱정하는 우려 또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는 인간복제와 같은 극단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난자를 사고파는 지극히 현실적인 일에 대한 것이다. 특히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만든 줄기세포의 경우 그 최대 활용처가 제약업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난자의 상품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제 난자의 매매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이번 황 교수의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는 1개 줄기세포 확립을 위해 242개의 난자를 사용하던 종래 방법에서 발전해 난자 사용량을 16.8개로 획기적으로 줄인 점이다. 이 수치는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한 여성이 단 한 번의 난자 채취술을 받으면 된다는 등식을 성립시키면서 난자 사용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다소 희석시키고 있다.

그러나 복제기법을 이용한 줄기세포는 이식치료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난자 사용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게 생명윤리계의 중론이다.

체세포 복제기법을 이용해 만든 줄기세포는 손상된 세포에 넣어서 정상화를 유도하는 치료법 외에도 다양한 활용이 기대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용도다.

실제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의 이안 윌멋 박사는 황 교수와의 공동연구 수행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한 줄기세포는 신약의 효능을 확인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흰쥐나 개 같은 실험 동물을 대신해 사람의 줄기세포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신약 개발의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 경우에도 어김없이 난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신약 개발의 주체가 상업적 이득을 목표로 하는 제약사들인 점을 감안하면, 난자의 매매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법률이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이 문제가 법적으로 걸러질 것이므로 수난의 대상은 제3세계 여성들이다. 게다가 여론은 생명 연장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난자의 사용에 대해 관대하다.

실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윤정로 교수팀(21프론티어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이 전국 20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과 생명윤리 관련 이슈에 대해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연구용 난자 제공에 대해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용 난자를 제공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제공을 권유할 의사가 없다는 대답은 25%에 머문 반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위해서는 제공하겠다는 의견은 36.8%, 일반적인 연구를 위해서 제공하겠다는 응답도 20.9%에 달했다.

또한 62.9%가 난자 제공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에 동의했다. 특히 이 조사 결과는 황 교수의 연구성과 발표 전에 실시된 것이어서 치료법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 찬성률은 더욱 높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젠 체세포 복제 기술의 찬반을 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난자의 부당한 사용을 제한할 것이냐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학계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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