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소년제도 개선안 주요 골자는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위원장 한명숙)가 이혼, 가정폭력, 소년범죄 등의 새 처리방안을 담은 가사소년제도 개선안을 확정했다. 위원회는 개선안을 대법원에 보고, 전체 법원 차원의 입장을 정리한 뒤 법무부에 입법 건의 형태로 제출하고 올 가을 정기국회에 정부입법 형태로 상정할 계획이다.

재산과 이혼 문제에 있어서의 부부 평등, 가정폭력과 청소년 관련 사안에서의 인권 존중 등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은 그러나 이혼 숙려기간, 소년법원 설치 조항 등에 대한 법원, 검찰 및 각 정부부처와 사회단체 위원들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 의견이 그대로 입법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은 이번 개선안 발표에 대해 “여성·소년에 대한 권익을 강화하고 ‘이혼 숙려기간’ 조항 등에 여성계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것은 고무적이고 격려할 일”이라며 “그러나 ‘자녀 유무에 따른 이혼 숙려기간 차이’ ‘이혼 전 법원 내외 상담’ 등 조항은 실현 과정에서 자칫 형식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또 신연숙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인권국장은 “보다 ‘개혁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부부재산제와 가정폭력 가해자 등 현행법의 부당한 부분에 제한적 조치만 가해지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다음은 개선안의 주요 내용이다.

혼인 후 취득 재산 50%씩 나눠야

현행 민법은 부부가 협력해 모은 재산이라도 어느 한쪽 명의로 되어 있으면 배우자 동의 없이 단독으로 처분할 수 있는 별산(別産)제를 채택하고 있다.

위원회는 법원이 배우자의 동의 없이 이뤄진 중요 재산의 처분 행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장래의 재산 분할이 어렵다고 우려될 때는 이혼 전이라도 재산 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또 혼인 후 취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50%씩 나눈다는 기본 안을 설정했다.

법원 외 상담 등 협의이혼 절차 강화

법원은 이혼절차 개시 일부터 3개월 후에 협의이혼 의사확인, 이혼조정 등을 함으로써 그 기간에 당사자가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하는 ‘숙려기간’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현 협의이혼 제도의 ‘간단한 절차와 짧은 소요 시간으로 오히려 이혼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개선하고자 한 것. 그러나 이혼절차 개시 일 전 3시간의 법원 외 상담을 받았거나 급박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숙려기간을 단축하거나 면제할 방침이다.

또 미성년자인 자녀를 둔 부부는 협의이혼을 할 때 반드시 친권 및 양육권에 대해 합의해야 하며, 이혼 신청 전 3개월 내에 3시간의 법원 외 상담도 받아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협의이혼을 하지 못 한다.

가정폭력 가해자 48시간 ‘긴급 격리권’

현행법은 가정폭력이 발생해도 검사의 청구가 있어야 법원이 가해자에게 퇴거, 접근금지 등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원회는 법원의 절차를 시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급박한 상황을 감안해 사법경찰관이 48시간 내에 그 자리에서 퇴거, 접근금지 등 조치를 취한 뒤 사후에 검사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또 가정폭력 피해자에게도 법원에 신속한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임시조치 집행 요청권’과 보호처분의 종류와 기간을 변경해 달라는 ‘보호처분 변경 청구권’을 주도록 했다.

소년법 적용 나이 10∼18세로 낮춰

청소년이 성인범과 함께 구금돼 성인범죄에 오염되는 폐단을 줄이고, 처벌보다는 선도·교화를 우선하자는 취지에서 소년법원을 설치하기로 했다.

소년법원은 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을 제외한 모든 소년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형사사건으로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또 보호처분 사건과 형사사건은 각각 소년법원 내 보호부와 형사부가 심리를 하게 되며, 정신과 의사 등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된다.

한편 점차 낮아지는 범죄 연령을 감안, 소년법이 적용되는 나이도 현행 12∼19세에서, 10∼18세로 낮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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