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도자감 키우는 일은 우리의 미래를 가꾸는 일
필자가 제인을 처음 만난 것은 2001년 7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던 세계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WSSD) 동북아 소지역 준비회의에서였다. 중국, 일본, 한국, 북한, 몽골, 극동 러시아 등 6개국 대표들이 모여서 2002년 8월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릴 WSSD를 준비해 가는 과정이었다. 시민사회 대표들이 모인 이 자리에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인을 위하여 통역자가 필요했으나 주최자가 준비하지 않아서 난감해 하는데 별안간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중국의 소녀 대표가 자신이 일본어를 할 수 있다고 유창한 영어로 당시 의장이었던 필자에게 전하는 순간 놀란 나머지 “정말로?” 라고 묻는 실수를 범했다. 이 시골 중국 소녀는 당시 13세였고, 많은 중국인들처럼 제인이라는 영어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날 저녁 우리 회의는 새벽 2시까지 이어졌고 제인은 그 긴 시간 동안 통역을 담당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제인이 하루에 한두 시간 라디오를 통해 일본어와 영어를 독학했다는 것이다.
제인 코커스 참가자들은 중국에 있는 제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스럽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베이징대 입학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제인에게 격려를 보내고, 먼 뉴욕에 모인 세계 각국의 지도력들이 이 소녀를 찬양하며 미래의 세계적 지도력으로 키우기 위한 알뜰한 노력을 하는 회의로 진행되었다.
요사이 유엔회의에 참석하면 으레 청소년 집단이 참여하여 그들의 의견을 개진한다. 한 회의에서는 청소년 대표가 유엔회의에 청소년 대표를 보내지 않는 국가에는 투표권을 박탈하자는 제안을 해서 회의장을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 미래를 가꾸는 일은 바로 청소년을 키우는 일이기에 제인 코커스 같은 모임을 열어 가고 있는 세계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내 자식 외에 사회적 지도력을 키우는 일에 나서본 한국인이 얼마나 있는가. 제인 코커스가 아닌 영자 코커스가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나 헛된 것이 아니기를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