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 ‘아메리칸 댄스 시어터’

예술사를 보면 하나의 장르가 또 다른 장르에 영향을 미쳐 동시에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월에는 음악이 중요하게 작용한 몇 개의 무용 공연이 눈길을 끈다. 그 중 하나가 5월 29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선보이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다. 차이코프스키의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혁신적으로 탈바꿈한 댄스 뮤지컬로 2년 전 공연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대작이다.

95년 매튜 본은 여성 무용수 대신 근육질의 남성 무용수들을 ‘백조’ 역에 기용한 파격적인 연출로 고전발레의 테크닉에서 현대 뮤지컬의 자유로움까지 넘나들며 황홀한 안무를 보여줬다. 음악은 차이코프스키의 것 그대로이지만 50년대 영국 왕실로 배경을 옮긴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엄격하고 사랑 없는 여왕 아래에서 방황하는 나약한 왕자의 이야기로 새롭게 태어났다. 같은 음악이지만 연출에 의해 작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또 다른 무대는 5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앨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 시어터’(AAADT) 공연이다. 20년 만에 한국 무대를 다시 찾는 AAADT는 머스커닝햄, 마사그라함 무용단과 함께 미국 3대 현대 무용단으로 꼽히는 단체다.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앨빈 에일리에 의해 58년 창단된 AAADT는 무용단 소속의 안무가뿐만 아니라, 무용계의 여러 안무가들에게 작품을 위촉해 에일리 무용단의 레퍼토리로 만드는 운영 방식을 갖고 있다. 재즈무용의 풍부한 감성과 마사 그라함식의 동작, 아프로 캐리비언(Afro-Caribean) 리듬을 혼합한 ‘에일리 스타일’은 흑인의 음악 정서에 현대무용의 테크닉을 가미한 것으로 대단히 역동적이다. AAADT의 진정한 매력은 이 움직임과 함께 어울리는 다양한 음악의 사용이다. 현대무용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난해한 동작과 난해한 음악이 아닌, 이해하기 쉬운 동작과 다소 빠른 템포의 음악을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듀크 엘링턴의 재즈와 로이 데이비스의 하우스 뮤직, 나이지리아의 전설적인 월드뮤지션 쿠티의 아프로 비트, 스티비 원더의 음악, 여기에 전설적인 디스코 펑크 음악의 대가인 얼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음악도 들을 수 있다. 또한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의 거장인 스티브 라이히의 반복적인 음악과 흑인영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도 등장한다. 시대와 장르를 섞어가며 음악에서 연상할 수 있는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눈앞에 펼쳐내는 것이 AAADT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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