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배우 저력 발휘 문화소비자층 중년으로 확대

탄탄한 연기력 TV속 고정역할 탈피로 영화감독들에게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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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미숙의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TV드라마 '사랑공감'. 4명 중년 여배우의 힘을 보여준 영화 '마파도'. 윤석화 브랜드파워 과시한 연극 '위트'.

제7회 서울여성영화제 상영작으로 여배우 로잔나 아퀘트가 연출한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를 보면 맥 라이언, 샤론 스톤, 다이안 레인, 홀리 헌터 등 할리우드 여배우들도 '특정 나이'에 도달하면 어머니 역할이나 조연급 역할로밖에 취급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라고 그다지 다른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특정 나이'에 도달한 중년 여배우들이 뜻밖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오랜 세월 축적돼 온 탄탄한 연기력과 지명도를 바탕으로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윤석화를 꼽을 수 있다. 공연 불모지 강남을 개척하겠다고 '여배우 시리즈'의 첫 주자로 나선 그는 지난달 27일 연극 '위트'를 성공리에 마쳤다. 2월 11일 첫 막을 올린 '위트'는 한 달여간의 공연기간에 2억8000여만원의 티켓 매출을 올리는 흥행성공을 거뒀다. 저녁공연(오후 8시)보다 낮공연(오후 3시)에 관객이 몰렸을 정도로 중년 주부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공연 시작 전부터 "강남 주부들에게도 문화예술을 통한 지적 향유에 대한 욕구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그의 예견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까지 읽어내는 한 중년 여배우의 예지력이 연극계에 신선한 돌풍을 몰고 온 것이다.

TV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매주 금요일 밤 10시부터 2회 연속 방영 중인 SBS금요드라마 '사랑공감'도 중 장년층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 집계에 따르면 4월 1일 방송분이 19.9%의 시청률을 기록해 그 전주 17.7%보다 2.2% 상승했다.

이 드라마에서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도 역시 중년 여배우들. 불혹을 넘긴 두 여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섬세한 감정을 한올 한올 풀어내는 듯한 연기를 보여줘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주 방송에서 아들을 잃고 오열하는 연기를 펼친 이미숙에 대해 마포구에 사는 박청자(54) 주부는 "이번 작품으로 이미숙을 다시 봤다"면서 "철저한 자기관리로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한 것도 그렇지만 노련한 연기가 시선을 잡아 끈다"고 평했다.

스크린은 아예 중년 여배우들이 점령해버렸다. '중년을 위한 영화'로까지 불리는 '마파도'가 바로 그것이다. 3월 10일 개봉된 뒤 3주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아카데미 4개상 수상작 '밀리언 달러 베이비', 1020세대 관객을 노린 액션코미디 '잠복근무'를 누른 성적이다.

여운계(65)를 필두로 김을동(60), 김형자(55), 김수미(54) 등 '젊은 할머니급'의 여배우들이 총출동한 이 영화 역시 중년층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평소 극장을 잘 찾지 않던 40대 이상의 관객층을 흡수한 것이 이 영화 성공의 비법. 중앙시네마의 강기명 팀장은 "오전에는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의 친목 단체관람, 저녁에는 중년부부들이 줄지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두심의 첫 스크린 출연작 '엄마'도 흥행이 주목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중년 여배우들이 문화계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문화 소비자층이 중 장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상이 아니겠느냐"며 "이 같은 현상은 우리 문화계의 질적, 양적 향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결혼하고 나이 든 여배우들은 TV 속에서 고정된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며 "중년 여배우들의 스크린 진출은 감독으로서는 연기력 면에서 신뢰할 수 있어서 좋고 여배우들은 TV 속에 정형화된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기변신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평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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