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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총회, 수요일 오후 3시'

참으로 묘한 느낌이다. 오후 2시에는 담임선생님과의 만남이 있고 오후 3시에는 학부모 운영위원선출을 위한 학부모 총회가 있단다. 학부모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면서 보낸 가정통신문의 '평일 오후 3시'가 생뚱해 보이기까지 하다.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어떡하라고?

나는 두 아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의 일방적인 학교운영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3명의 학부모운영위원을 선출하는 선거에 마감시간을 앞두고 입후보했다. 마감시간에 가니 입후보한 사람은 결국 나 혼자였는데 학부모총회에 가니 이미 3명의 학부모운영위원은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예정되었던 학부모총회는 취소되었다. 교무실로 뛰어가 “어머니들 앞에서 어떠한 각오로 일하겠다고 발표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하지 않나요?”라는 나의 항변에 “됐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나중에 운영위원에서 논의하세요”라는 교무부장의 매섭고 싸늘한 답변이 돌아왔다.

교실에서 있었던 담임선생님과의 시간. 하나도 새로울 게 없는 교장선생님의 말씀, 해당교육청의 “아이들을 학습의 노예로 만들겠노라”고 결의를 다지는 내용으로 구성된 홍보비디오 시청, 담임선생님의 “엄마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주세요. 일단 문제가 있으면 인터넷으로, 교장선생님께, 교육청에 말하지 마시고…”라는 내용의 훈시. 그러고 나서 종이를 돌리는데 '명예교사, 어머니회, 녹색어머니회' 신청서다. 선생님의 “OOO 어머니, 제발 녹색어머니 신청해 주세요” 엄마들의 머리는 땅으로 더 떨어지고 엄마들끼리의 신경전은 계속된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은 늘 마음이 무겁고 심난하기까지 하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맡겨놓은 학교에 대해 언제쯤 허리 펴고 큰 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교육현실을 비꼰 '아이는 인질, 어머니는 노예'라는 말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면서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 않을까? 힘들겠지만 나부터 어머니들의 권리 찾기에 작은 발걸음을 내디뎌 보려고 한다. 때로는 세상이 나를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뚜벅뚜벅 옳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언젠가 한 걸음이 열 걸음 되면서 세상은 변하리라.

조주은/고려대학교 보건대학 여성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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