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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구체관절인형이 1020세대에서 유행하고 있다. 사진은 구체관절 인형 마니아인 유한솔(왼쪽)양의 아이 '류명'과 박재희양의 아이 '보결'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가들…저 대신 예쁘게 키워주실 분을 찾습니다”

“딸아이를 입양하고 싶어요”

1020세대에서 구체관절 인형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구체관절 인형이란 팔, 다리 등에 둥근 공모양의 관절이 있고, 몸 안에 텐션이란 강한 고무줄이 연결되어 있어 몸을 굽힐 수 있는 인형이다. 일본 보크스, 한국 'Dream of Doll'(DOD) 등에서 구체관절 인형을 제작, 판매한다. 인형의 크기는 40∼60㎝ 정도이고 가격은 대략 20만∼70만원대로 다양하며, 한정 생산되는 경우 이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1020세대에선 인형을 구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애착을 보이고 있다.

구체관절 인형 마니아들은 인형을 '아이'로 지칭하는 독특한 언어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인형을 구입하는 행위를 '입양한다'또는 '데려온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인형을 '키우는' 마니아들을 '오너'라고 지칭한다.

인터넷상에서는 구체관절인형을 주제로 한 카페와 클럽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1만 321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싸이월드의 'For my angel'(jangto.cyworld.com)클럽, 다음카페의 '비스크의 숲속'(cafe.daum.net/dall486), 'sweetlove'(cafe.daum.net/dollpiLOVE)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인터넷 동호회에선 구체관절 인형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올려 자랑하기도 한다.

박재희(17·고2)양은 '보결'이라는 '딸아이'를 130일 정도 키워 왔다. '보결'은 '비어진 공간을 채워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직접 지은 것이다. 재희양은 아버지가 생일선물로 주신만큼 가족은 인형을 키우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이야기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재희양은 자기 방에 '보결'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평소 쿠션에 앉혀 놓는다고 전했다. '보결'을 꾸며주는 데 한 달에 4만∼5만원 정도 지출한다고.

DOD사의 인형을 300일 가까이 키우고 있는 유한솔(17·고2)양은 “아들 아이의 이름은 '밝은 빛'을 뜻하는'류명'이에요. 직접 용돈을 모아 데려왔어요”라고 이야기했다. '류명'은 남자아이지만 화려한 옷을 좋아하는 한솔양의 취향에 따라 레이스 치마 등 드레스를 입힌다고. 직접 인형 액세서리와 드레스를 만들기도 한다. 인형카페를 차리는 것이 꿈인 한솔양은 “앞으로 딸아이를 입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들에게 있어 '아이'는 '사랑을 주는 존재'이다. '아이'를 메이크업하고, 예쁜 옷을 입히면서 만족감을 얻는다. 재희양은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해요”라며 “계속 예쁘게 키워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한솔양은 “아이를 키운다고 해서 사람을 대신할 만큼의 존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능공부 때문에 예전처럼 아이에게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는 못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김영아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인간은 누구나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근본적 욕구가 있다”면서 “'반응'이 없는 인형을 통해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자신의 감정을 직접 투사할 수 있는 인형이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보고, 감정의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에 비해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애착정도가 너무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영현 기자 sobeit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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