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수적이고 가장 변화에 둔감하고 유행하는 것도 못하게 하고

그러니 아이들이 학교를 싫어할 수밖에…

36년을 살면서 학생으로, 교사로 학교에 다닌 기간이 24년이나 된다. 그동안 느꼈던 학교의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나는 요즘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고 정말 흥미진진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추운 3월의 날씨에 250여 명의 신입생과 똑같은 수의 6학년생들, 그 이상의 학부모들이 모두 한 자리, 운동장에 모였다. 새삼스럽게 국민의례로 시작된 입학식. 식순에 따라 교장선생님의 축하 말씀이 이어졌다. 일련의 과정을 마치고 약 한 시간 만에 입학식은 끝이 났다.

모든 학생들과 교사들이 눈인사 한 번 나누는 과정도 없는데 굳이 그 추운 날 운동장에 모일 필요가 있을까? 거의 100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벌벌 떨게 하면서 말이다.

교장 선생님이 축하 말씀을 꼭 운동장 단상에서 하실 필요가 있을까? 교실마다 설치되어 있는 VTR는 언제 쓰는 걸까?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거행해야 하는 입학식이라면 차라리 각 반에서 담임선생님이 아이들 하나하나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안아주고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교장 선생님 역시 반마다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악수하고 이름이라도 불러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직도 축하 말을 하는 사람이 높은 단상에서 근엄하게 자세를 취하고 축하를 받는 사람은 덜덜 떨며 박수를 쳐야 하는가?

며칠 동안 학교를 다녀온 많은 아이들의 공통적인 얘기는 '선생님이 무섭다'이다. 왜 선생님은 다정하고 따뜻하기보다 무서워야 하는가? 왜 학교는 유치원과 달라야 하는가?

유치원에서 선생님은 다정하고 부드럽고 온화하고 즐겁다. 당연히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즐겁고 신난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무섭고 딱딱하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은 일 주일이 채 안 되어 일요일을, 또 방학을 기다린다. 그것이 과연 과잉보호받은 아이들에서 기인한 문제인가?

모든 사회 조직 중 가장 급진적이고 진취적이어야 하는 곳은 학교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이 학교는 언제나 가장 보수적이다. 변화에 가장 둔감하고 유행하는 것은 모두 학칙에 따라 금지된다. 그러니 아이들이 학교를 싫어할 수밖에 없다.

학교는 더 이상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지 말라. 학교는 이제 그만 그들만의 세계에서 깨어나라. 학교는 이제 생각을 좀 하라. 학교는 이제 사회와 담을 쌓지 말고 사회 안으로 들어와라. 그렇지 않을 요량이면 학교를 폭파하라. 그것이 바로 학교와 우리 사회와 나와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진아/세종리더십개발원 연구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