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앤 하이드''말아톤' 잇단 성공으로 연기력·흥행성 양 손에 거머줘

20~30대 여성들 사이에 조승우 신드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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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하는 작품마다 관객을 몰고 다니는 조승우.

문화계에 다시금 '조승우 열풍'이 불고 있다. 4월 12일 시작하는 뮤지컬 '헤드윅'에 조승우가 주인공 헤드윅 역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짐과 동시에 조승우 출연분이 하루도 안돼 전석(6000여석) 매진됐다.

이와 동시에 한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는 조승우가 출연하는 공연의 티켓이 원래 가격의 3∼4배에 가까운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바로 얼마 전 끝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때와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자폐아 초원이로 출연한 영화 '말아톤'은 개봉한 지 두 달도 안돼 관객 500만명 고지를 돌파했다. 스크린과 무대에서 관객을 몰고 다니는 조승우의 힘은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화소비집단은 20∼30대 젊은 여성들이다. 조승우의 대다수 팬층이 국내 문화소비집단과 일치한다는 것이 문화계에서 '조승우 파워'가 연속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다. 실제로 티켓예매사이트인 티켓링크의 예매율 분석에 따르면 그가 출연하는 뮤지컬 '헤드윅'의 80%가 넘는 예매자가 여성이며 이들 중 70% 이상이 20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다수의 조승우 팬들이 그의 가장 큰 매력으로 “부드러움과 지적인 이미지”를 꼽는다. 이는 그의 출연작 리스트만 봐도 그가 어떤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조승우는 연기 이외에 쓸데없는 짓을 안 한다. 대다수의 스타들이 '뜨고 나면' 각종 토크쇼와 쇼프로그램에 나와 제 살 깎아먹기를 하는데 비해 그는 오직 연기에만 집중한다. 2000년 21세 때 임권택 감독에게 발탁돼 '춘향전'으로 데뷔하고 그 해 바로 칸영화제에서 '레드 카펫'을 밟아 기대주로 떠올랐을 때도 그는 배우의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 계원예고 재학시절부터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라고 늘 말해왔다는 그는 김민기가 연출한 뮤지컬 '의형제'와 '지하철1호선'을 비롯해 '명성황후' 등의 무대에서 실력을 다졌다. 그 후 영화계로 다시 돌아와 오디션을 거쳐 출연한 '와니와 준하'를 시작으로 '후아유''H''YMCA야구단''클래식''하류인생''말아톤' 등을 통해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를 착실하게 만들어 왔다. 작품 앞에서 진지한 선택을 함으로써 그는 출연작들과 함께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로 성장해온 것이다. 배우로서 자신의 이력을 철저히 관리해온 점, 이것이 그가 힘있는 배우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다.

영화배우로서 정점에 올랐다고도 볼 수 있는 그가 다시 돌아간 곳은 뮤지컬 무대. 이미 앙코르 무대까지 가졌던 '지킬 앤 하이드'의 대성공과 함께 이제는 명실공히 뮤지컬 배우로서도 재능을 인정받았다.

한 배우가 여러 장르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고 흥행성까지 갖추는 일이란 쉽지 않다.

하지만 조승우는 이 두 가지를 두루 갖췄다. 관객을 몰고 다니는 그의 힘은 이젠 '조승우 신드롬'이라 할 정도다. 조승우의 대표적인 팬사이트인 '몽룡이네(cafe.daum.net/kingkojong)'의 정미현 운영자는 “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해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다리게 만드는 배우”라고 말했다.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은 배우 조승우에 대해 “집중력이 굉장히 강한 배우이기 때문에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해 무대 위 배우가 아니라 무대 위 인물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고 평하면서 “역할연기가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것, 그것이 관객을 몰고 다니는 힘”이라고 평했다.

또 뮤지컬 '헤드윅'의 제작사 제미로의 문진애 홍보담당자는 “뮤지컬계에서 조승우는 새로운 '아이콘'”이라면서 “단순히 스타이미지로 승부하지 않고 연기, 노래 실력으로 당당히 승부하는 게 그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뮤지컬 '헤드윅'의 이지나 연출가는 “연출가가 필요 없을 만큼 입이 떡 벌어지게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모습이 얄미울 정도”라고 덧붙였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는 “조승우는 오랜만에 나타난 '순수'한 '무결점'의 스타”라면서 “혼탁한 사회 속에서 심신이 피곤한 대중은 스타(조승우)를 통해 순수성을 찾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조승우의 경우 다른 배우들과 달리 스타이미지와 실제 이미지가 일치하기 때문에 안티 팬조차 볼 수 없는 것이 그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평가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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