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33명에 한달 접수 6만명 폭주

국가기록원 '위안부' 자료 12년넘게 방치

11월 발족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전기호, 이하 진상규명위)가 전문인력과 예산, 근거 자료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규명위는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16개 시·도에 실무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난달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다. 16일 현재 접수된 신고 건수는 7만1569건으로, 이 가운데 군인이 1만4019건, 군속 9611건, '위안부' 134건, 노무자 등이 4만7805건이다. 진상규명위는 신고 접수가 끝나는 대로 추가 접수 여부에 대해 결정하고 신고된 사례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폭주하는 신고 건수에 비해 조사에 나서는 인력,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전문위원은 “한 달 동안 접수된 건만 6만 명이 넘고 이런 추세로 가면 조만간 10만 명, 20만 명이 될텐데, 전문위원 인력 33명으로 이를 다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전했고, 또 다른 전문위원은 “빨리 결과를 내길 바라는 한국 사회의 인식에 비해 차분하게 진상 조사를 할 시간이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진상규명위는 행정공무원 40명, 민간 전문가 40명으로 구성돼 있다. 진상 조사 기간은 2년으로, 법률 개정을 통해 연장이 가능하다.

반면 강제동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 자료가 부족할 뿐더러 각 기관이나 학교 등이 소장하고 있는 해당 자료들을 선뜻 공개하지 않거나 열람하기가 까다로워 작업상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국가기록원이 일본군대의 위안부 신상자료를 비공개 상태로 12년여간 방치해 논란이 됐던 이후 지난 1월 진상규명위로 관련 명부 일체를 보냈다고 해명했으나 관계자들은 실제 명부의 반밖에는 받지 못 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강제동원 여성들에 대한 진상 조사는 여성이란 점에서 더욱 어렵다고 실무자들은 호소한다. 근로정신대의 경우 군속, 노무자로 분류돼 파악이 어렵고, 간호원 등 여자 군속의 동원에 대한 강제성 여부의 판정, 특히 조선인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높이기 위해 동원되었다는 기업 위안부는 현재 신고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신고가 안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진상조사팀의 박정애 전문위원은 “10년 동안 위안부 연구가 축적됐으나 위안부 경영, 국가의 개입 등은 드러난 반면 이동 경로에 대한 메커니즘이 연구된 문헌이 없어 여성들의 구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동원의 강제성을 둘러싸고 일본과 대립하는 만큼 철저히 조사하지 않으면 일본 우익에 이용당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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