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여성 노동권·참정권 운동으로 시작…2000년부터 시민축제로

해마다 3월 8일이 되면 세계 곳곳에서 평등과 평화를 위한 투쟁과 축제가 열린다.

지금부터 97년 전 미국의 여성 섬유 노동자 1만5000여명은 루트거스광장에서 노동조합 결성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 뒤 세계 여러 나라들은 3·8 세계여성의 날을 여성권익 투쟁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중국은 여성의 날을 휴일로 정하고 있고, 필리핀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의 거리 행진이 진행된다. 미국도 여성단체 중심으로 3월을 여성의 달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유엔은 75년 여성의 날을 국제기념일로 선포했다.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 이후 '여성의 날' 행사가 시작됐다. 이승만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성의 날 기념행사는 중단됐다.

85년 전두환 군사독재 하에서 민주화운동, 여성인권운동, 교회여성운동 등을 주도하던 여성단체들이 한국여성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3·8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복원시켰다.

제1회 한국여성대회는 85년 3월 8일 서울YWCA 강당에서 '민족·민주·민중과 함께하는 여성운동'을 주제로 여성현장 보고(청량리 여대생 성추행 등), 사례극(기생관광 반대 등), 여성선언문 낭독으로 진행됐다.

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이 출범하면서 3회부터 여성연합이 한국여성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2001년부터 여성연합은 시민, 학생, 문화, 여성단체 등이 참여하는 한국여성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해 행사 주체를 확대하고 여성대회가 여성들만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로 전환시켰다.

94년 제10회 한국여성대회부터는 여성대회의 성격이 여성문화축제 방식으로 바뀌었다. 김지숙의 모노드라마, 안치환, 꽃다지, 양희은, 신효범, 한영애 등과 민족미술협의회 여성분과의 평등세상 미술설치물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패들도 참여했다. 2002년부터는 시민난장, 축제, 거리행진을 혼합한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여성연합은 최근 3·8 세계여성의 날을 공휴일은 아니더라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자는 운동과 함께 국회에서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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