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신작 '비밀과 거짓말'출간 동시 화제

이상문학상, 세계문학상 등 유수 문학상 여성 작가 작품이 휩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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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은 여성작가의 해가 될 전망이다. 한강, 김별아가 유명 문학상을 거머쥐었고 은희경의 신작도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별아, 박완서, 은희경, 한강, 함정임, 김지아)작년 한 해가 김영하, 김훈을 필두로 한 남성 작가들의 해였다면 올해는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일 전망이다.

새해 벽두부터 젊은 작가 한강의 '이상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오더니 김별아가 '세계문학상'을 탔고 현재 심사 중인 동인문학상 역시 김지우의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창비)가 이승우의 '심인광고'(문이당)와 함께 수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여성 작가들의 부활의 몸짓은 지난 연말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긴긴 창작의 터널을 뚫고 나온 박완서가 '그 남자의 집'을 내놓아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고 함정임도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삶을 모티브 삼아 소설로 재구성한 '춘하추동'으로 주목을 끈 바 있다.

'새의 선물'이후 10년 만에 전작 '마이너리티'이후 3년 만에 신작 '비밀과 거짓말'로 돌아온 은희경의 저력은 매섭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 대열에 진입했고 평단으로부터도 극찬을 받았다.

은희경은 '비밀과 거짓말'을 작가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은 듯하다. 스스로 “내 삶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것은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듯이 그는 이번 작품에서 고향에 대한 기억과 아버지, 형제에 관한 모든 추억을 다 토해냈다. 아버지의 뜻대로 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큰아들 영준은 현실 속 맏이인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가족을 위해 묵묵히 개발지상주의 시대를 헤쳐 나온 아버지와 두 아들. 큰아들 영준은 맏이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뜻대로 살 수밖에 없다는 굴레 속에 몸부림치고 작은아들 영준은 부모의 사랑과 신뢰는 모두 형에게 향해 있다고 밖으로 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둘의 갈등은 아버지의 유언을 정리하면서 폭발하게 된다. 은희경은 이번 작품에서 가족 간에 내재하는 입체적 갈등을 탁월한 서사감각으로 표현해 냈다. 문학평론가 류보선은 “9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 '새의 선물' 이후 변신의 첫 지점에서 이렇게 밀도 높은 작품을 내놓아 앞으로 기대가 더욱 커졌다”고 평했다.

30대 작가의 선두에 서있는 한강의 필력은 더 큰 힘을 지녔다. 단편 '몽고반점'으로 2005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거머쥔 그는 7인의 심사위원(이어령 이호철 김채원 등) 전원 일치의 찬성표를 얻어냈다. 이처럼 작품에 대한 대체 토론과정에서 투표를 거치지 않고 심사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대상이 선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강의 '몽고반점'은 일본의 설치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비디오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된 작품이다.

작품활동과 가정생활, 모두에서 슬럼프에 빠진 40대의 남성 설치미술 작가가 처제의 엉덩이에 푸른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품에 대한 창작욕구와 삶에 대한 활력을 되찾지만 결국 파멸에 이른다. 한강은 삶 자체에서 의욕을 잃어버린 40대 가장의 내면적 욕구를 충실히 그려내는 한편, 몸을 소재로 한 탐미주의 예술을 탁월한 감각으로 묘사해 냈다. 마치 한 편의 퍼포먼스 영상을 보는 듯한 그의 이번 작품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성곤은 “탐미와 관능의 세계를 고도의 미적 감각으로 정치하게 묘사함으로써 현대 문예이론인 '몸 담론'의 정수를 보여주었다”고 분석했다.

국내 최고 고료인 1억원을 수여하는 제1회 세계문학상은 김별아가 차지했다. 이번 공모에서는 통상적 문학상 응모작 수의 배에 달하는 139편이 열띤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그 가운데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요부 미실을 주인공 삼은 '미실'이 그에게 정초부터 큰 상을 안겨준 것이다.

김윤식, 김원일, 박범신 등 9명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은 “역사 속 인물을 독특하고 뚜렷한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로 진지하게 형상화해냈다는 점에서 호감이 갔다”면서 “특히 신라의 여인 '미실'을 왜 오늘에 조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작가가 명백한 답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심사소감을 밝혔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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