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자기절제로 개인적·여성적 삶도 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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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된 뒤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죽어가던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한 것은 '박근혜'라는 브랜드의 힘이었다. 선거 유세기간 청중들은 그의 얼굴을 한 번 보려고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선 비가 내리는데도 그가 연단에 오르자 얼굴을 보기 위해 일제히 우산을 접었다. 50대 중반의 한 여성은 길거리에서 만난 박 대표에게 눈물을 흘리며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대중을 사로잡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 박근혜를 분석한 책이 출간돼 화제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씨는 최근 저서 '사람 vs 사람'(개마고원)에서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을 빌려 박 대표를 전형적인 부성 콤플렉스의 사례로 분석했다. 부성 콤플렉스는 현실의 아버지가 매우 권위적·폭력적이거나 극도로 약할 때 유아기의 신화적 부성상이 그대로 남아 자식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정씨는 “부성 콤플렉스를 가진 자녀가 인식하는 신화적인 아버지는 실제의 아버지와 거리가 있다. 이들은 현실적인 아버지를 내면화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우리 현대사에서 '대통령 박정희(1917∼79년)'는 인간 박정희의 모습을 밀어내고 제정일치 시대의 왕처럼 절대권력을 가진 신화적 부성상 그 자체로 존재한다. 박근혜는 9세 때부터 27세까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성장했다. 거의 신격화된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이후엔 엄마 대신 그 아버지의 반려자 역할까지 했던 그가 부성 콤플렉스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씨의 분석에 따르면 부성 콤플렉스를 지닌 여성은 '영원한 소녀'다. 성장한 뒤에도 신화적 부모를 분리하지 못하고 부모 문제에 관한 한 유아적 심리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부성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여성에게 나타나는 특성은 극도의 자기절제와 개인적이고 여성적인 삶을 소멸시키고 외부 세상의 일에 투신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외부세계는 아버지의 세계를 상징하며 아버지의 세계는 이들의 유일한 지향점이다.

어릴 때부터 국가의 대소사를 걱정해온 박근혜의 개인적 삶은 국가와 민족으로 점철된다. 문제는 박근혜에게 국가와 민족은 오직 아버지 박정희를 통해서 존재한다는 것.

정씨는 마지막으로 “박근혜는 자신의 신화적 부성상을 사람들이 공유해 주길 원하지만 부성 콤플렉스의 실체를 인지하고 자신의 정치지분 만큼 아버지 혹은 아버지 시대를 투명하게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조언한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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