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 위기 대비 빗물 모으는 정책적 아이디어와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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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빗물을 유용하게 쓰고 있는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일본 도쿄의 스미타구 구청사는 화장실과 옥상 정원 용수를 위해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저장하는 탱크를 지하에 설비해 놓고 있었고 동네 좁은 골목 어귀에도 소방용이나 텃밭 용수로 쓸 수 있도록 로지존이라고 하는 빗물 저수조가 땅 밑에 설치되어 있었다. 이 물은 곁에 있는 집 지붕 처마로부터 홈통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나는 수동 펌프로 빗물을 저어 올려 손을 씻어보았다. 개인 집에도 지붕 처마로 모아지는 빗물을 받는 드럼통(500ℓ 천수조)을 현관 바깥에 설치해놓고 마당 청소, 화단 가꾸기 등의 용수로 쓰고 있었다. 이 통을 제작하는 가게도 동네 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는데 환경운동가가 '천수조 연구소'라는 간판을 붙이고 운영하고 있었다. 또 1만5000명이 관전하는 스모경기장의 600개 화장실 용수는 1000t 저장이 되는 빗물탱크의 물로 충분히 소화된다고 했다.

독일에서도 여러 도시에서 빗물 이용시설과 애용사례를 보았다. 고 손기정씨가 마라톤 월계관을 쓴 베를린올림픽 경기장도 화장실용 빗물 저장탱크 공사를 막 완료했다는데 수돗물 대신 빗물 이용으로 얻게 될 이익금을 계산하면 8년 후에는 시설비가 보전된다는 설명이었다. 쾰른에 있는 힐튼호텔 450여개의 객실 화장실도 빗물을 쓰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빗물 이용 시설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소가 학교 기숙사 화장실 용수를 빗물로 하고 있으며 경기도 갈뫼초등학교에서는 정원수와 연못의 물을 빗물로 하고 화정중학교도 운동장 물 뿌리기와 화단 물주기를 빗물로 하고 있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노도부대는 군부대로서는 유일하게 빗물을 저장하여 청소·조경·화장실 비상용수로 쓰고 있었다.

빗물은 '스카이 워터(sky water 하늘 물)'라고 부른다. 참 아름다운 이름이다. 우리나라 같은 물 부족 국가에서 댐을 만들지 않고 물을 확보하는 길은 빗물을 건강한 수자원으로 인식하고 우리 생활수로 활용하는 것이라 하겠다. 옛날에는 빗물을 먹기도 하고 빨래도 하고 생활용수로 아무 거리낌없이 썼다. 그런데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잘못된 정보 이후 비 맞는 것을 겁내고 빗물을 멀리하게 되었다.

정부도 비를 홍수나 가뭄을 다스리는 치수의 측면으로만 생각한 데서 한 발짝 나아가 생활에 잘 이용하는 이수의 측면으로 정책 방향을 돌려야 할 것이다. 집집마다 빗물을 많이 모으면 하천의 범람을 늦출 수 있고 가뭄에는 물을 내어 쓸 수가 있을 것이다. 산성비? 빗물의 수소이온농도(pH)가 5.6 이하일 때 산성비라고 하는데 모은 빗물은 7 내외로 중성이며 이 농도는 화장수보다 산성이 덜한 것이다. 개개인이 빗물을 모아 이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 앞으로 정책적 뒷받침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하늘 물은 정말 좋고 고마운 수자원이다.

이정자

녹색미래 대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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