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계급·성차별에 고통받는 여성문제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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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개발정책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빚어낸 빈곤의 여성화는 이제 '이주의 여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 전역의 해외이주자 중 69%가 여성 이주자들인 현실에서 이주여성인권센터가 펴낸 '꿈의 나라에서-사진으로 보는 이주여성의 삶 이야기'(강성혜·정영진·최진영·한국염 글, 박경주 사진, 이주여성인권센터 펴냄)는 한국 이주여성노동자의 억압된 상황을 통해 여성문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어느 이주여성노동자의 외침'과 '국제결혼 한 이주여성의 절규' 두 장으로 나뉘어 있는 '꿈의 나라에서-사진으로 보는 이주여성의 삶 이야기'에는 6명의 이주여성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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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개월 된 아기를 영아위탁소에 맡기러 온 루마니아 여성 가브리엘라는 아기의 볼에 입을 맞추다 눈물을 보이고 만다(왼쪽). 이혼소송을 위한 소장을 접수하고 중국 여성 미화는 곧장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아픈 남편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네팔에서 이주해 온 건천, 월급 70만원을 받고 하루 14시간 노동을 하다 결국 척추디스크에 걸려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에글, 임신 8개월의 몸으로 한국에 와 아이를 위탁소에 맡기는 고통을 감수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루마니아 여성 가브리엘라 등은 경제적인 이유로 타국땅에 왔고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곧 고향으로 돌아가길 소망한다.

또 남편과 시댁의 냉대로 7년의 결혼생활 끝에 아들 둘을 빼앗기고 이혼한 파키스탄 여성 솜제이, 남편에게 가정부 취급을 당하다 때리며 끌어내는 남편에게 아픈 몸으로 내쫓김을 당한 중국 여성 미화, 남편의 의처증과 폭력으로 집을 나왔다 용서를 비는 남편의 설득을 불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 중국 여성 금월 등은 모두 한국 남자와 결혼해 고통스런 결혼 생활을 경험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모두 단지 국적과 피부색이 다르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거기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3중의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다.

2000년 '파독 간호사' '이주노동자 선거유세 퍼포먼스' 등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진작업을 해온 작가 박경주씨와 저자들은 책을 통해 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배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공동체적 사고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2000년 10월 창립된 이주여성인권센터는 필리핀 남성노동자와 결혼한 한국여성 모임 지원을 시작으로 외국인 이주여성 모성보호와 신생아 지원사업, 이주여성을 위한 한글·문화체험 교실, 이주여성 자녀를 위한 성폭력 예방교육, 이주여성 쉼터 등을 통해 외국인 이주여성의 자립을 돕고 있다.

정명희 기자 ANTIGON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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