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신부 포르노 장면·성교육 현실 외면 '눈총'

일부선 “서로를 지켜주는 순수한 사랑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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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커플의 임신과 출산을 소재로 한 영화 '제니, 주노'가 10대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제니, 주노'에서 친구들이 제니의 임신 사실을 알고 결혼식을 열어주는 장면이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하지만 아기는 지키고 싶어요”

영화 '어린신부'를 연출한 김호준 감독의 신작 '제니, 주노'(2월 18일 개봉, 주연 박민지·김혜성)는 15세 중학교 2학년 커플의 임신과 아기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그려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법적으로 결혼할 수 없는 나이인 중학생이 임신했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청소년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제니, 주노'의 홈페이지(www.jj2005.com) 게시판에선 네티즌들의 논란이 더욱 활발하다. 네티즌들은 대체적으로 낙태라는 윤리적 문제에는 '생명존중'의 기준을 적용했지만 '청소년 임신'이라는 설정에 대해서는 반대의 의견을 보였다. '중딩, 고딩'이 대부분 참여한 홈페이지 설문조사 결과 81%(1270명)가 '아기를 지켜야 한다'고 응답했다. “생명은 귀하고 소중한 것이기에 낙태는 옳지 않다”(정문영),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나이는 어리지만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준다”(이혜진)며 아기의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 차원에서 중학생 커플의 출산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본인들뿐만 아니라 아기의 미래도 중요해”(냥코), “아기를 지키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한다는 것과 그런 것들이 아름답게 그려진다는 게 문제다”(어이상실)라며 반대 의견도 많았다. 게시판에 올라온 대부분의 글 중 상당수는 “어린신부에 이은 로리타 포르노”(@_@), “어린신부가 히트쳐 더 어리게 하면 더 흥행할 줄 알았을까?”(agreatdj)라며 영화를 맹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여자친구가 아기를 가지면 낙태를 시키는 현실에서 주노가 제니를 아끼고 사랑하는 걸 보면서 제 또래 아이들도 보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17세청년)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영화의 감독은 낙태를 도마에 올려 15세 부부라는 사실을 생명존중이라는 방패로 교묘히 가립니다. 주노는 제니의 몸을 소중히 여기고 성관계 시 피임을 했어야죠. 영화가 청소년의 성교육 같은 현실적 해결책에 초점을 뒀더라면 의미 있었을 것입니다”(안타까움)라며 청소년 성교육 부재에 대해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제니, 주노'가 그리는 10대, 그것도 중학생의 임신이라는 내용은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설정에 불과하다. 김호준 감독은 “제니와 주노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고민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그 과정은 비현실적이라는 게 중평이다. 영화는 제니가 아기를 낳고 온 가족이 행복해하는 결말에 닿기 위해 아기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과정은 잠시 뿐, 실제 상황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심도 있게 담아내지 못했다. 주인공 부모 모두 잘사는 편이어서 경제적 어려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니와 주노의 사랑을 담는 '아름다운 영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란 지적도 많다.

김종휘 문화평론가는 “경제 불황으로 남성들이 가지는 때묻지 않은 어린 여성 판타지에 섹스 코드를 결합한 영화들이 양산되고 있고, '제니, 주노'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현이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프로그램기획부장은 “실제 상황이었다면 여학생이 낙태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성적 부분에 있어 10대들은 피임 준비, 결과 예측, 임신이 되었을 때 책임을 지는 부분이 실제론 미약하다”고 말했다.

임영현 기자 sobeit3149@

류민경 객원기자 megmi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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